'루나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 옥석가리기?…관건은 '담보 안정성'

시총 상위권 테더·USDC 시세 1달러 안팎…안정권 유지
"담보되는 자산과 발행사 안정성 모두 따져야"

입력 : 2022-05-18 오후 4:56:53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가 폭락하면서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상당 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일시적 가격 하락을 겪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더 등 일부 시가총액 상위권 코인들은 비교적 안정된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위험을 줄이려면 담보화된 자산의 안정성 여부를 따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이란 뜻으로, 보통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다. 특히 이 코인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을 헷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여겨지며 주목받았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화를 시킬 담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
 
18일 테더 가격 시세. (사진=코인마켓캡)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USDT)와 USD코인(USDC)가 있다.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한 방식으로 모두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 1위와 2위에 올라있다. 지난 4월 기준 USDT와 USDC의 시총은 각각 830억(약 107조원) 달러, 500억 달러(약 64조원)이며, 두 코인 모두 테라 폭락 여파에도 1달러 안팎에서 가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더는 테라 폭락에 따른 시장 공포 속에 한 때 수조원대 매도가 발생하며 0.95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인출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문제없이 달러를 지급하면서 가격 안정을 회복, 18일 오전 현재 거의 1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실제 테더 측은 달러화 현금 외에 국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더 분기 보유자산 내역에 따르면 회사는 미 국채 345억달러, 기업어음 242억달러, 현금 42억달러 등을 보유 중이다. 
 
USDC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서클이 합작한 센터컨소시엄에서 발행한 이더리움 기반 코인으로, 현재까지 1달러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USDC의 발행사인 서클은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블랙록 등 미국 주요 금융회사에서 투자를 받은 핀테크 기업이다. 또한 USDC의 예치금은 금융기관에서 지원하는 투자금과 단기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다. 즉, 금융기관을 비롯한 정부의 감시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려운 구조다. 실례로 센터컨소시엄은 주요 회계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유통되는 토큰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한편 자금 조달에 대한 규제 준수 사안 등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왔다.
 
암호화폐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폭락 사태로 논란이 됐던 UST는 루나라는 코인을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메이커다오가 발행하는 다이(DAI) 코인도 법정화폐가 아닌 코인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DAI는 이더리움 코인을 기반으로 하며, 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선 다이보다 150% 많은 담보를 맡겨야 한다. 또 이더리움 가격이 발행된 다이의 액면가보다 일정 수준 낮아지면 자동으로 청산, 차액은 이용자에게 반환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무담보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는 이 점에서 구분된다. 테라는 중앙화된 주체 대신 알고리즘이 코인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해 목표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코인마켓캡 기준 DAI코인은 11일 1달러선을 밑돌다가 12일 다시 1달러를 회복한 상태다. 18일 현재 오후 2시 기준으로는 0.9999달러다.
 
테라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 뉴트리노USD(USDN)도 있다. USDN은 러시아의 이더리움이라 불리는 웨이브와 연동돼 있다. USDN을 발행해 모은 돈으로 웨이브를 구매해 가격을 띄우는 순환 구조인데, 역시 코인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웨이브는 지난 3월에만 5배 이상의 가격 상승률을 보여주며 국내를 포함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USDN 역시 테라처럼 스테이블코인 스테이킹(예치)을 할 경우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일부 거래소에서 디페깅(가치 연동 불일치) 현상이 발생해 지난 12일 0.7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USDN에 연동된 웨이브도 하루만에 20% 이상 큰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다만 18일 오후 현재 소폭 회복세로 돌아서며 0.9697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투자할때 1달러 가치를 유지(페깅)하려면 담보 자산이 안정적인지를 먼저 따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법정화폐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한 양만큼 발행사가 달러를 다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정기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고 있어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지 않는 한 코인 가치가 유지된다"면서 "루나의 경우 담보가 없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형제 코인을 하나 만들어 그걸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유지했는데 담보자산에 대한 부담이 적다보니 시장이 호황일 때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담보로 하는지, 또 담보를 어디에 사용할지를 살펴야한다. 테라의 경우 디파이 생태계로 잡고 갔는데, 시장 침체기가 올 때 대비책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무너지게 된다"면서 "법정화폐더라도 보유한 달러를 특정 회사채나 채권으로 구매하는 등 달러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회사의 안정성까지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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