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유씨엘 대표 "제주산 원재료 활용하자 해외서도 러브콜"

"화장품도 업사이클링…버려지는 당근잎 탈모완화 성분으로 활용"

입력 : 2022-10-03 오후 12:00:00
[제주=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글로벌 트렌드이자 최고의 관심사가 친환경입니다. 버려지는 제주도 작물에서 얻은 성분들을 고객사에게 제안하고 있는데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지원 유씨엘 대표가 지난달 28일 제주 공장 1동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이지원 유씨엘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사 제주 공장을 방문한 기자들 앞에서 회사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1980년 화장품 원료공장으로 출발한 유씨엘은 대봉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다. 전신은 비봉파인이다. 1995년 유씨엘로 사명을 바꾸고 화장품 및 의약외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창업자 박종호(대봉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이 대표가 2006년부터 대표를 맡게 됐고, 이 대표는 2013년 제주에 공장을 지었다. 제주 원재료를 활용한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다. 제주 공장 1동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이 온통 밭이어서 공장이 들어서기엔 다소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곳이다. 이곳에 공장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10여 년 전 프랑스 출장에서 현지 화장품 회사를 견학한 뒤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명 프랑스 브랜드 화장품 공장이 산업단지가 아닌 작물이 자라는 밭이나 허허벌판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을 본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지역 내 농가나 대학, 연구기관들과의 클러스터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도 이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자연과 가까운 곳에 화장품 공장을 만들어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꿈꾸고 있는 고객사들의 배경을 든든하게 채워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2년의 준비를 거쳐 2013년도에 현재 공장을 준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1989년 창업주가 비봉수산을 설립하며 제주와 연을 맺은 것 또한 제주 공장 설립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장 부지를 보기 위해 겨울에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닌 이 대표는 눈이 펑펑 내린 밭에서 파릇파릇하게 양배추와 브로콜리가 자라나는 것을 보고 애월읍으로 장소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애월읍은 겨울에도 땅이 잘 얼지 않아 일년 내내 농사가 가능하다"며 "제주도의 다양한 천연자원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자는 꿈을 갖고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OEM·ODM 전문 업체인 유씨엘은 원료에서부터 콘셉트, 제형, 임상, 품질관리, 생산까지 한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LG생활건강, CJ올리브네트웍스, 유한킴벌리, 로레알, 클리오, 이니스프리, 에뛰드, 토니모리 등 유수기업의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5월부터 제주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주화장품 인증제 JCC를 활용하면서 차별화 포인트가 생겼다. JCC는 제주산 청정자연 원료를 10% 이상 사용하고 제주 현지에서 완제품까지 생산돼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씨엘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주 원물을 활용한 JCC 인증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산 원재료를 활용한 향료, 물질 등에 대해 특허 등록을 진행했다. 
 
동네 기반으로 제주도산 제품을 만들어내자 제주도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해외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유씨엘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곧 좋은 성과가 많이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작물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당근이 유명한데 보통 뿌리만 먹고 이파리는 버려진다. 유씨엘은 버려지는 이파리에서 탈모를 완화시키는 성분을 발견하고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씨엘이 해외 진출을 하면 주변 당근 농가와도 협업해 좋은 지역농사 협업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타격은 유씨엘도 피해갈 수 없었다. 수출 비중이 더 높았던 유씨엘은 코로나19로 화장품 수요가 줄고, 수출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크게 입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씨엘은 지난해 매출은 320억2100만원을 기록했고, 5억9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다. 매출은 8.6% 줄었고 영업이익은 194.9%나 급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급성장한 고객사가 있는 데다 그동안 연구·개발 해오던 신제품들이 이제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공장 1동이 내년이면 10년차가 돼가는데 올해 최초로 순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씨엘은 향후 3~5년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유씨엘 제주 공장 1동에서는 샴푸 제조와 포장이 한창이었다. 유씨엘은 고객사가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유화기를 구비하고 있었다. 용량에 따라 1동에 4개, 2동에 3개 총 7개의 유화기를 갖고 있어 여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유화기는 화장품이나 바디·헤어제품의 내용물을 혼합하는 역할을 한다. 유화가 다양해 1000종류의 화장품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씨엘에 현재 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곳들 중에는 인디·중소브랜드가 절반을 넘는다. 이 대표는 "개성이 넘치는 작은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사들도 더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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