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조사 통보…민주당 "정치보복" 규탄(종합)

문 전 대통령도 '격노'…"욕설 외교 파동으로 궁지 몰려, 감사원까지 동원"

입력 : 2022-10-03 오후 4:25:12
지난달 1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치보복성 감사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윤석열정부를 향한 ‘충성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막말 논란으로 지지율 추락에 직면하자, 감사원이 앞장 서서 문 전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는 주장이다. 문 전 대통령도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과 감사원은 전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벌여왔던 그 모든 ‘소란’의 최종 종착지가 문 전 대통령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서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 질문서를 보낼 테니, 서면조사에 응하라는 통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고, 이에 해당 이메일은 ‘반송’ 처리했다.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였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설마' 했던 현 정부의 의도와 의지가 확인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대책위는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하면서도 개별 의결도 거치지 않는 등 감사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감사원은 올 하반기 문 전 대통령과 관련한 34개의 특정사안감사를 새로 개시했지만 개별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갑작스럽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이유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들었다. 이날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22명 대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1.2%로 전주 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66%로 3.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27~29일, 성인 1000명 대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4%로, 또 다시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기 위해 감사원이 급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통보, 되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대책위는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추락을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욕설 외교 파동으로 궁지에 몰렸다”며 “검찰의 칼날을 휘두르며 정권을 잡은 윤석열정부이기에 다시 검찰의 칼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초금회도 힘을 보탰다. 초금회는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고민정, 김영배, 한병도, 김의겸, 윤영찬 의원 등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 모임이다. 초금회 소속 의원 17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통해 수없이 많은 기관을 압수수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조사해 놓고, 바라던 대로 안 되니 감사원을 다시 동원한 것”이라며 “동일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이 이중으로 조사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전임 정부 괴롭히기’ 총동원 작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격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윤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승인했는지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김규현 국정원장이 서훈·박지원 전직 원장 고발을 윤 대통령이 승인했다고 언급하며“국정원장을 고발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승인받았다고 하는데 전직 대통령은 어떻게 하겠나”라고 윤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각시켰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수행한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독립기구에 해당한다. 
 
가급적 대여 투쟁의 발언을 아껴오던 이재명 대표도 이날은 ‘정치보복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개천절 경축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민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에 정치보복을 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지금은 민생경제 그리고 외교평화에 힘을 쏟을 때다. 국민 앞에 겸허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덕수(앞줄 왼쪽 세번재부터)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4354주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과 감사원은 반발했다. 감사원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진행한 사례가 존재한다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감사원이 퇴임한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과거 대통령들에게도 있었던 일”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무례하다고, 불편하셨다고 언론에 나왔는데 저는 대통령을 지낸 분이니까 어쨌든 겸허한 마음으로 대응을 해주시는 게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이라고 받아쳤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겸허’를 촉구하자, 문 전 대통령에게도 이 대표의 발언으로 되치기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감사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의 입장에 적극 반박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감사원장의 결재를 받아 문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발부했다고 ‘적법성’을 강조했다. 또 역대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진행했던 점을 일일이 언급하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감사원은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발부했고, 답변을 받아 감사결과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각각 서면질문서를 보내려 했지만 두 대통령이 수령을 거부해 기존 자료를 통해 감사 결과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감사원이 언급한 역대 대통령들과 문 전 대통령을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율곡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비리에 연루되었고,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IMF),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 굵직한 사건이 있었는데, 문 전 대통령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으로 단순 비표하면 안 된다”고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도 지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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