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젠, 공시 없는 1200억 공급 계약 믿을 수 있나

케어젠 최근 1200억 규모 공급 계약 두 건 발표
거래소 "논바인딩 계약은 공시 의무 대상 아냐"

입력 : 2022-11-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최근 한달새 12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 소식을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전한 케어젠의 단일 판매 공급 계약 공시가 없어 투자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논바인딩(법적 구속력이 없는) 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공시를 진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거래소 역시 해당 계약과 관련해 회사 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시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어젠(214370)은 이달 7일에 말레이시아 기업인 시티메딕(CITYMEDIC SDN BHD)과 471억원, 23일에는 방글라데시 기업인 Popular Pharmaceuticals Ltd.(PPL)과 735억원 규모의 프로지스테롤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 두 계약 건에 대한 공시는 별도로 하지 않았다. 코스닥 공시 규정은 전년 매출액 대비 10% 이상 계약의 경우 공시 의무를 두고 있다. 케어젠의 지난해 매출은 590억8700만원 수준이다.
 
케어젠 측에서는 해당 공시가 총판 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고 논바인딩(법적 구속력이 없는) 계약이기 때문에 공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케어젠 관계자는 "계약 자체가 상호 간의 구속력 등 명백하게 갖춰진 형태가 아니다"라며 "총판 개념의 계약 내역으로 보기 때문에 기업이 선택적으로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케어젠이 공시한 내용은 논바인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공시를 진행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건의 경우 거래소 쪽에서도 거래 내역이 논바인딩 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공시를 통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은 이후 논바인딩 내용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논바인딩 공시는 기업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대상에 속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어젠은 지난 8월 공시 번복으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017년 7월18일 캐나다의 'Body Sculpt'와 102억원 규모의 독점 공급 계약을 했지만, 계약기간 종료일인 2022년 7월16일까지 실제 이행률이 계약 금액의 50%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케어젠은 거래소로부터 벌점 4점을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도 논바인딩을 이유로 케어젠의 대규모 공급 계약에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히려 논바인딩을 공시할 경우 투자자들이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거래소 공시 담당자는 "거래소 공시는 법률적으로 확정된 사실을 증빙으로 받아서 내보낸다"며 "방글라데시 계약 건 등은 단순 총판 계약으로 매출을 실제 일으키는 계약이 아니며, 실제 발주를 안 한다고 하더라도 케어젠에 제재를 하거나 법률 조치를 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확정되지 않는 내용을 공시 하면 그 매출이 인식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만약 바인딩이 된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넣은 이후 당일이나 다음날까지 공시를 하지 않을 때에는 거래소에서 문제를 삼고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업 공시 체제상 문제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점 판매 공급 계약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확정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케어젠 관계자는 "해당 공급계약이 논바인딩 성격이긴 하나 총판 계약과 관련된 만큼, 해당 업체가 약속한 시점에 발주 요청이 없을 경우 독점 판매권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어 자료 배포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케어젠 주가는 이번달초 보도자료 배포 이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달에만 22.88% 올랐다.
 
케어젠 프로지스테롤 제품 사진. 사진=케어젠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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