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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1일 17: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지방금융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기업의 연쇄 부실을 막고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자금 공급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장기적 대안을 제시하고 지방금융의 구조적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IB토마토>는 현행 지방금융의 공급 실태와 정부의 전환 대책을 분석해 그 실효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지방 자금 조달 구조를 갈아엎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산업 체계 혁신을 위해서다. 금융권에서 자금 공급을 확대해 지역 산업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다양한 업권에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쏠림 현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다만 실효성을 챙기려면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사진=금융위원회)
창업·벤처기업 수도권 쏠림 갈수록 심화
11일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창업기업 수는 8만9686건이다. 이 중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창업 건은 5만1625건으로 57.6%를 차지한다. 특히 법인 기업의 경우 63.6%가 수도권에 있다.
문제는 지역 총생산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만 해도 수도권의 지역 총생산 비중은 48.5%에 불과했으나, 2015년 50%를 돌파한 뒤 줄곧 비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한 데 반해 대부분의 비 수도권은 감소했으며, 대경권만 0.1% 오르는 데 그쳤다.
민간 금융회사의 자금 공급 비중 격차는 지역 총 생산보다 벌어진다. 상반기까지 민간금융회사가 공급한 비수도권 여신은 1004조3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이 1408조8000억원을 공급한 데 비해 규모가 작다. 절대적으로 본다면 약 400조원 차이지만, 비수도권이 충청, 동남, 대경, 호남권이 포함돼 국토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특히 지역별 기술 창업 비중 차이가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소재 창업기업 중 기술창업의 비중은 21.5%인데, 전남의 경우 12.3%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자금 공급 약 1600조원 중 지역 비중은 30%, 510조원 수준에 그친다. 지방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이 각 여신의 81.6%, 63.3%, 34.1%를 비 수도권에 실행했음에도 일반 은행 여신의 절대적 규모가 커 민간 금융회사 공급 비율을 떨어트렸다.
지방 한 기업인은 <IB토마토>에 "지방 소재 기업이 느끼는 자금 공급 문턱은 수도권 대비 높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특히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권이나 강원도는 정도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금융도 편중돼 있다.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올해 연간 정책금융 공급규모는 240조원이다. 이 중 비수도권은 97조원 규모로 약 40%다. 정책 금융인 만큼 금리나 보증료율 등 우대조건을 적용했으나 여전히 비중이 낮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비수도권 자금 공급 비중은 36.2%와 35%에 불과했다.
자금 흐름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산업 정책이 수도권에 집중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벤처기업 4만개 중 2만6000개, 벤처투자액의 6조원 중 4조5000억원이 수도권이 집중돼 있다. 기업 수 비중은 65%, 벤처투자액의 비중은 75%에 달한다.
벤처케피탈(VC)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방 스타트업 창업·투자를 위한 인프라가 수도권 대비 적어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탄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민간 투트랙 전략으로 격차 해소
금융당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금 공급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지방 우대 금융 추진 방안을 진행한다. 정책 금융은 우대금융 확대를 위해 지역 금융 지원체계를 개편하는가 하면, 민간금융은 지역 기반 금융기관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 금융 활성화와 접근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특히 정책 우대금융을 대폭 확대한다. 각 정책금융기관의 연도별 지역금융 공급 목표를 비 수도권은 연내 40%를 45%로, 공급 규모는 96조8000억원에서 120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각 5%p 비중을 올리고, 규모를 25조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대로 실행된다면 수도권 공급액은 145조2000억원, 비수도권은 120조원으로 격차는 48조4000억원에서 25조원 남짓으로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와 각 정책금융기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책금융협의회를 통해 연간 지방 공급 목표 및 고급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각 기관의 임직원 성과급에도 점검 결과를 반영키로 했다.
벤처 투자업계 목소리도 담았다. 지방 전용 펀드 3종 확충이 핵심이다. 지방 전용 펀드 3종은 ▲지역기업 스케일업펀드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지역 기업펀드로 나뉜다. 지역 스케일업 펀드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국민성장펀드 일부를 비수도권 소재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이르는 계획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입한다. 연 2000억원 조성이 목표다.
지역 기업펀드도 내년 신설된다. 지자체 참여 기반 지역특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지자체가 후순위 출자를 하고, 은행이 출자지원을 하면 은행은 위험가중치를 인하해주는 형태다. 부산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오는 5년간 정책을 밀어붙인 후가 문제다. 은행권의 경우 기업 개별 심사를 통해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에 기업 별 재무 건전성 등을 살펴 돈을 내어준다. 반면 초기 벤처 기업 투자의 경우 아직 재무 지표의 부재로 성장성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다수다. 만약 지정된 예산을 소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기업의 성장성은 놓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실 가장 쉬운 일이 예산 확충"이라면서 "성장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돈은 쓰고 결과물은 없는 사례도 다수인데,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업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