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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1일 17: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신사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인공지능(AI)·가상자산·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를 앞세워 성장 스토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정관 변경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업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신사업이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신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의 방향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2023년 허위 신사업 공시 방지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최근 3년간 정관상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한 모든 사업에 대해 정기보고서(사업·반기·분기) 내에 사업 개요, 추진 현황,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향후 추진 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만약 예고한 신사업이 실제로 추진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미추진 사유와 향후 1년 이내 추진 계획의 존재 여부도 함께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2023년 하반기 반기보고서를 대상으로 개정 서식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기업들이 예고한 신사업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미추진 사유 기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국세청, 허위 신사업 공시 기업 '모니터링'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23년 6월 정관 사업목적 추가 사업 세부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등 사업보고서 의무정기공시 등의 내용을 담은 공시서식 개정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2023년 4월 발표된 '미래성장 신규사업 공시 심사 및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의 후속조치로 그간 정관상 새로운 사업목적이 추가됐지만 진행경과나 계획수립 여부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당시 "사업추진이 전무한 129사에 대한 금감원 회계·조사·공시 등 관련부서의 추가검토 결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동 상장회사 및 향후 유사사례에 대해서는 신속한 후속조치와 지속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금감원은 사업 추진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 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 위법행위로 보아 관련부서가 적극 공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허위 신사업 공시를 낸 기업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7월 신약개발 등 '대박 신사업'에 진출한 것처럼 허위 공시를 내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긴 기업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국세청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불공정 거래 및 탈세 행위에 대해 본격적인 세무조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허위 공시를 실시한 기업 ▲기업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를 통해 지배주주가 사익 편취 등 총 27개 기업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외환 및 수사기관 자료 활용 등 다각적인 수사 기법을 통해 자금의 원천과 유출 경로를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세 의혹이 있는 조사 대상자에 대해선 세무조사와 함께 압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불법 행위로 인한 조세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허위 공시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 획득·인수 후 자금 횡령·상장기업 사유화로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불공정 행위들이 주가의 공정한 반영을 저해하고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왜곡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상장사 24년 반기보고서 점검 결과.(사진=금융감독원)
신사업 추진현황 기재 미흡 절반 넘어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에도 규정 준수는 미진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신사업 공시 제도 정착 유도를 위해 상장사의 신사업 진행상황 공시 및 테마업종 사업추진 실태에 대한 중점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2023년 7월1일부터 2024년 6월30일 동안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178사, 2023년 점검 시 기재부실이 심각했던 146사 등 총 324사가 점검 대상이었다.
당시 금감원이 점검한 내용은 신사업 추진경과 공시 의무화 등 공시서식 개정내용에 대한 작성기준 준수 여부다. 점검 항목은 사업목적 현황, 사업목적 변경내용 및 사유, 사업 추진현황 및 미추진 사유 등이다. 작성기준을 모두 충족한 회사는 145사(45%)이며 '사업 추진현황 및 미추진 사유' 항목 기재가 가장 미흡했다. 시장별 미흡률은 코스닥 상장사가 60.8%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기준치(42.3%) 대비 18.5%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금감원은 "신사업 미추진 기업의 특징은 다년간 영업손실·최대주주 변경 등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고 횡령·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점을 노출했다"라며 "투자자는 신사업 추진기업의 추진역량·자금여력·사업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은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 관련자 등이 주식을 매도하는 신사업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2023년 이후 조사 및 감리했다"라며 "조사 및 감리 결과 15개사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인돼 82명의 혐의자(사)를 형사조치하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5사에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