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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KG그룹이 이차전지 관련 계열사인 KG에너켐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KG그룹 계열사인
KG스틸(016380)이 KG에너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차전지 시장 진입 시기가 이미 늦었다고 판단하고, 계열 전반의 실적 부진으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사업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G에너켐 본사.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KG에너켐 운영 중단…홈페이지도 '다운'
12일 업계에 따르면
KG케미칼(001390)이 지난 2017년 3월 지분인수를 시작으로 경영권을 확보해 자회사로 보유 중인 KG에너켐을 비핵심자산으로 판단해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최근까지 서비스 중이었던 홈페이지도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KG에너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3개월 전부터 문을 닫은 상태이며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KG그룹 관계자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차전지 사업을 시작하기엔 이미 시기가 늦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KG에너켐은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물질인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KG케미칼은 에너켐 인수 당시 이차전지 원재료 시장이 향후 고도 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이차전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향후 지속적인 생산능력(CAPA) 확보와 인접한 유관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KG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마진 신성장 부문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KG케미칼의 예상과 다르게 회사는 곧 적자 기업이 됐다. KG에너켐은 2021년까지 흑자를 냈지만,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흑자 전환에 번번이 실패해왔다. 2022년 연간 매출은 217억원, 영업손실 6억원, 2023년 매출 237억원, 영업손실 103억원, 지난해에는 매출 181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과거 KG에너켐 매출은 대부분 특수관계자외의 거래에서 발생했지만, 지난해 매출에서 특수관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23년 KG에너켐 매출 236억원 중 KG케미칼 상대로 발생한 매출 등 특수관계자 매출이 158억원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KG에너켐 매출 181억원 중 특수관계자 매출은 30만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방산업 악화에 3년 연속 '적자행진'
전기차 등 전방산업 악화에 따라 2023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적자 누적이 심화되자 회사 사정은 매우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G에너켐의 유동성장기부채가 50.2억원에 이르는 반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4.2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제로’가 되면서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차입한 자금의 만기가 도래한 데다 고액의 이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영업적자가 3년간 지속되며 회사는 영업현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됐다. KG에너켐의 이자비용은 2022년 2.8억원, 2023년 4.3억원, 지난해 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이자비용이 발생하며 이자보상배율 역시 3년간 1배 이하를 기록해 금융감독원이 정한 한계기업 기준에 부합한 상태다.
계열사 중 한 곳인
KG스틸(016380)의 재무적 지원도 있었다. 지난 2023년 10월 KG틸은 KG에너켐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8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KG스틸은 KG에너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주 280만주를 취득했다. 앞서 KG스틸은 2023년 상반기 최상위 지배기업인 KG케미칼과 중간 지배기업인 KT ETS(현
KG에코솔루션(151860))으로부터 KG에너켐 지분율 100%를 95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KG에너켐은 2023년 기준 연간 1만2000t에 달하는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화학사로 해당 생산량은 러시아 노릴스크, 벨기에 유미코아, 일본 수미토모메탈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KG에너켐은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원료인 고순도 황산니켈을 국내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한 회사다. KG에너켐은 경남 함안군 칠서면에 본사 및 공장을 두고 있다.
KG에너켐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9억원, 자산총액은 257억원에 달한다. KG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매각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KG에너켐처럼 황산니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려아연(010130)의 경우 올 초 ‘양극재용 금속 화합물 제조 및 가공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전략기술 대상으로 지정되며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기술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