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소득공백 최소화, ‘정년연장+재고용 의무화’로

입력 : 2025-12-02 오전 6:00:00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혼탁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발언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안에 뜬금없이 청년TF를 꾸리는 등 정책 추진의 진로는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정년 연장 방안 대 재고용 방안’이라는 출발 시점의 평행선을 좁히려는 치밀한 시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1964년생까지는 3년, 1965~1968년생은 4년, 1969년생부터는 5년에 이르는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기)가 존재한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까지 오르는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정년은 60세에 묶여 있어 생애 후반부의 소득 단절이 구조적으로 내재한 것이다. 이 공백을 없애려면 정년을 연금과 맞추어 올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정년을 2026년부터 단숨에 63세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어떤 ‘단계적 정년 연장’도 소득 공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시작 연도(2027·2028·2029)와 상향 간격(매년·2년·3년)에 따라 피해 세대가 달라지고 공백 폭도 크게 변한다. 예컨대 1965~1969년생은 어떤 방식을 택해도 3~4년 이상의 크레바스가 발생한다. 이는 늦어진 정책 결정의 대가다. 정년·연금 불일치를 방치해온 탓에, 이제 전격 도입은 너무 급격한 단절이라 부담되고 단계 도입은 집중 폐해 세대를 만드는 뼈아픈 선택을 강요한다. 그래도 정년 상향을 빨리 시작할수록(2027년 대 28년, 29년), 단계를 좁힐수록(1년·2년마다·3년마다) 조기 코호트(1967~69년생)의 크레바스는 1년씩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빨리, 속도를 높여 하는 것이 유리하나 그만큼 기업들이 적용해야 할 시간도 빨라진다. 
 
그래서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배합하는 선택과 함께 이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 조합’이다. 법정 정년 연장으로 노후 소득 공백을 해결하더라도 언제부터 얼마의 간격으로 도입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니 그 혜택을 못 받는 출생연도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재고용 방안은 보완책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덧붙여 일본, 싱가포르, 대만처럼 70세까지 또 서구의 평균 67세 연금개시연령과 이후 상향 계획이 언급되는 것처럼 65세 이후 70세까지 고용 연장 방안도 필요하니, ‘정년 연장을 축으로 한 재고용 보충 방안’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말하는 ‘혼합 방안’은 오히려 재고용 중심형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33년 국민연금 65세 개시까지는 재고용만 하고, 그 이후에야 법정 정년을 올린다면, 이는 사실상 정년 연장 유예다. 이미 30인 이상 사업장의 절반가량은 재고용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재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하겠다는 것은 “정년 연장을 한다는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정년 상향 간격을 길게 하면 출생연도 간 형평성이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형평성’의 오해다. 간격을 길게 하면 공백 규모가 더 길어지고, 더 많은 세대가 영향권에 들어올 뿐이다. 소득 공백의 총량이 늘어나는데, 단지 ‘여러 세대가 같이 힘들다’는 식의 형평은 정책이 아니다. 정규직 평균 임금 기준으로 4년 공백은 약 1억 8700만 원,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기준으로도 1억4400만원에 달한다. 1년 공백만 생겨도 약 4000만원이 넘게 사라진다. 이 금액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재고용이 그나마 공백을 메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은 시뮬레이션으로도 확인된다.
 
정년 연장과 재고용의 방안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년 연장 연내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해법은 분명해진다. 정년을 연금과 정합적으로 끌어올리되, 그 과정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세대에 대해 의무적 재고용과 소득보전 특별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정년 대 재고용’의 선택지가 아니라, ‘정년 연장+재고용 의무화’라는 하나의 패키지여야 한다.
 
일본은 ‘정년 연장, 폐지, 재고용’의 선택권을 기업에 줄 때 67% 정도의 기업이 재고용을 선택했고, 노후에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되어 노후 소득 공백 해소가 충분하지 않은 문제에 직면했다. 그래서 ‘희망자 전원 재고용’과 ‘중도 해고 제한’, ‘이전 임금 70% 이상 유지 권고’를 묶어 임금 하락을 완화하고 노후소득을 보전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불평등이 심해진 일본의 재고용 중심 모델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20여년 먼 길을 돌아 보완책으로 정리된 재고용 의무화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단순하다. 이미 늦어진 정년 상향을 더 미루지 말고, 그에 따르는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조합을 설계하는 것이다. 정년 연장과 재고용 의무화의 조합이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더 오래 일할 권리’가 아니다. 법정 정년을 통해 ‘노동의 끝’을 지정하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통해 ‘노후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결정해왔다. 문제는 이 두 지점 사이의 틈새, 이른바 노후소득 크레바스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를 재조정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노동시장 불평등과 소득 불안정이 ‘어느 세대에게 집중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자, 그 혜택이 보편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대공약수를 찾는 과제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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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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