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분열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는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물론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와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과보단 '민주당 때문에 일어난 계엄'이라고 주장하며 '내란 몰이'에 맞서겠다고 외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선서 시작된 문제 제기…중진서도 '사과' 메시지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내 '소장파'로 불리는 김용태·김재섭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과 절연'이 공론화됐는데요. 이후 초선 의원들과 중진 의원 등 다수도 동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2일이나 비상계엄 1주년 당일에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입니다.
국민의힘 내 중진은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 그를 회복시킬 의무가 있는 정치는, 여의도 안에서 온갖 혐오와 분노를 재생산하느라 바빴다"며 "이 점에 있어서는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민생의 무게를 나누어 짊어질 때 국민의 신뢰도 다시 세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절연'에 공감한다고 <뉴스토마토>에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1주년 당일에는 광주를 찾아 비상계엄으로 상처받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선출직도 아니고 아무 권한도 없는, 본인 말대로 '아무것도 아닌', 그저 남편 운만 좋았던 한 민간인(김건희씨)이 그 권력을 좇는 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분수와 이치에 맞지 않은 사고를 줄줄이 친 천박함을 천박하다고 했는데 여기에 긁혀 발작하는 희한한 자들이 있다"며 일부 윤씨 측근 인사를 겨냥했습니다.
이어 "진정 끊어야 할 윤석열 시대와는 절연하지 못하고 윤어게인, 신천지 비위 맞추는 정당이 돼서는 절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눈길조차 얻을 수 없다"며 "왕이 되고 싶어 감히 어좌에 올라앉았던 천박한 김건희와 그 김건희 보호하느라 국민도, 정권도 안중에 없었던 한 남편의 처참함 계엄 역사와 우리는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과' 일축한 장동혁…최고위서 첫 사과한 양향자
당내 일각에서 사과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날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변화된 현재, 더 변화된 미래"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도부의 공식적인 반성이나 사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그러면서 장 대표는 "뚜벅뚜벅 국민만 보고 민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답이고,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게 답이자 이재명 독재에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민수 최고위원도 "(지난 대선 때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았나"라며 "본인들이 사과했을 때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나. 왜 계속 졌던 방식을 또 하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6시간짜리 계엄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1년 내내 내란 몰이를 하고 있다. 절대로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장 대표의 사과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질문에 "민주당의 내란 몰이 끝판왕은 우리 당을 해산시키는 것으로 그 시작이 추경호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다"며 "늦으면 12월3일 새벽 추경호 의원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가 나온다. 그 결과에 따라서 우리의 운신 폭이 달라진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추 의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사과 수위나 다른 방법을 갈구한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 내 엇갈린 입장이 처음 확인됐는데요. 양향자 최고위원은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윤석열)대통령은 당에 계엄을 허락받지 않았고 소통하지도 설명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음으로 사과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