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낸드플래시 분야에서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낸드 부문에서 호조가 예상되지만,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추격전도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다른 메모리와 비교해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가파른 만큼, 국내 기업들도 초격차로 대응하는 양상입니다.
중국 우한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공장. (사진=YMTC)
중국 대표 메모리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9일 IBK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YMTC의 3분기 시장점유율은 8%로 저조했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대폭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3%), 키옥시아(-6%) 등 경쟁사가 높은 점유율을 구가하면서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중국 내수 기반 확보와 함께 YMTC의 기술력 향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됩니다. 업계에 의하면 YMTC는 올해 상반기부터 270단 수준의 3D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SK하이닉스(321단), 삼성전자(286단) 등 낸드 시장의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 격차를 크게 좁힌 수치입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 한해서는 중국 업체와의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HBM 등은 한중 기업들 사이에 수년의 차이가 있지만, 낸드는 (중국 기업이) 거의 쫓아온 것 같다”며 “YMTC가 낸드의 웨이퍼를 붙여서 낸드를 만드는 작업(W2W·웨이퍼 투 웨이퍼)을 잘한다. 낸드에서는 이미 충분히 강자”라고 경고했습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사진=삼성전자)
다만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이 단기간에 시장 판도를 흔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업계 전반에서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낸드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4분기 낸드 가격 협상이 이례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다”며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스마트폰 제조사, 모듈 업체 모두가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더 높은 가격을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낸드의 기술 격차가 좁아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는 양상입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및 반도체연구소 연구진 34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저전력 낸드플래시 메모리용 강유전체 트랜지스터’ 논문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밝혔습니다. 낸드 전력을 96%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의 성능 강화를 준비 중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한 300단대 낸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는 경쟁사들이 늘어나면서 본딩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은 SK하이닉스 내부 사항이라 알 수 없다”면서도 “하이브리드 본딩으로의 공정 전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인 만큼 내부적으로 논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기술 추격이 계속되는 한 계속해서 기술 격차를 벌리며 쫓고 쫓기는 줄다리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유 교수는 “아직까지 퀄리티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신제품을 내면 중국이 쫓아오는 양상이 계속된다”며 “한동안 이런 추격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