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무대책 자영업자 대출규제를 우려한다

입력 : 2017-04-05 오전 9:31:12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받을 길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요즘 사업자금을 마련할 통로가 막힌 자영업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탓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월세와 직원급여 등 사업체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돈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부채관리 대책이 시행된 이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이어 자영업자 대출심사도 까다로워지면서 개인사업자들은 궁여지책으로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자금난에 더해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침체 지속과 고용사정 악화로 인해 갈수록 많은 이들이 창업의 길을 모색하는 상황이라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특히 불황속에 종업원 없이 혼자 매장을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자금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세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21만3000명 늘었으며, 이 가운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95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13만7000명 증가했다. 나홀로 창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경기불황 등으로 소규모 사업체가 늘고 있는데다 자본금이 적은 청년들까지 창업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불황 속에 신규 창업 비용과 기존 사업자들의 매출 부진으로 인해 쌓여가는 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본격화된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생계비가 막막한 개인사업자들의 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말 집계한 자영업자 대출액은 464조5000억원이지만, 한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6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빚더미에 쌓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에서 돈줄부터 차단하는 것은 온전한 부채관리 대책이 될 수 없다. 배고픈 사람에게 그동안 많이 먹었으니 더 이상 먹지 말고 버티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먹거리를 찾아나서기 마련이고, 그게 여의치 못하면 상한 음식이라도 손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을 구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결국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게 되는 부작용을 감안하면 당국의 조치가 무책임하고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이달부터 서민금융 이용자들에 대한 자영업자 컨설팅이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대상자가 제한적인 미봉책이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영업자 부채관리 대책은 일방적인 대출 규제만으로는 곤란하다. 전체적인 부채 규모 축소도 필요하지만 사업체와 생계유지를 위한 신규 자금지원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는 열어놓되, 대출받은 자금이 사업체 운영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점검해서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경진 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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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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