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2030이 원하는 세상

박용준 공동체팀 팀장

입력 : 2021-04-12 오전 6:00:00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얼마 전 50대의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 대신 1990년생인 이한솔 신임 이사장을 선임했다. 40~50대 사업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막내급’을 선택한 건 위험해보이기까지 했지만 이 이사장의 답은 명쾌했다. “입주자들의 90%가 청년인 상황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달해 그들이 원하는 사회주택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4·7 보궐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2030이었다. 캠페인 기간 여당의 연이은 실기도 야당의 단일화도 이슈였지만, 막상 표를 여니 2030이 LH보다도, 페라가모보다도 강했다. 젊을수록 진보, 나이들수록 보수라고 여당이 철썩같이 믿었던 공식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대 남성은 70% 넘게 오 후보를 지지했고, 20대 여성은 15% 넘게 양대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택했다. 그들의 선택지에 여당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만 특별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번의 선거와 대통령 지지도 조사를 봐도 이미 현 정권과 여당이 2030을 품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현재의 10대가 향후 20대가 될 경우 이같은 현상은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30이라는 말보다 1020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90년대에 30대면 가정과 사회에서 일정 지위를 지녔지만, 지금의 30대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취업도 했으면 다행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로 시작해 90년대생이 온 후 월드컵 세대까지 현재 2030을 설명하는 말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구분이 존재함을 역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내로남불', 즉 공정성을 중시한다. 인천국제공항 줄임말로 인국공 사태가 대표적이다.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앞선 세대는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한 후 비정규직까지 전환해 문을 닫는 행위에 대해 2030은 분노, 그리고 치사하다는 표현을 한다.
 
조국 전 교수 사태, LH 땅 투기, 최근 부동산 폭등 과정에서 여당 정치인들의 몰염치한 행동 등은 개별사안에 대해 나름 해명할 순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2030은 이들 사안을 접하며 ‘이건 아니다’라는 지점을 얘기한다. 코인을 '영끌'하자 불법 투기라고 손가락질하던 기성 사회는 부동산 투기 등 별 희한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며 불신을 적립했다.
 
젠더갈등은 현재 2030을 성별로 갈라놓은 이슈다. 민주정권이야 집권 때마다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지만, 최근 수년간의 급격한 페미니즘 확산을 접한 2030 남성들은 ‘역차별’이라며 유턴을 택했다. 2030 남성들이 ‘반 페미니즘’까지 거론하는 현상은 이를 단순히 보수화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시대의 중심부를 586이 장기집권하는 사이 2030의 파이는 확실히 줄었다. ‘지옥고’ 같은 현실에 처한 이들이 지속적인 여성 우선·배려 정책에서 소외된 채 자신의 몫까지 내놓아야 할 처지다. 성별 갈라치기 대신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여성 우선·배려 정책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필요한 지점에서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선거는 끝났고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청에 들어왔다. 짧은 임기이겠지만 공약했던 것처럼 1인가구와 청년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오 시장 역시 누구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4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수도 서울에 수장을 꿰찬 경험이 있다. 오 시장이 과감하게 2030을 주도적인 위치로 발탁하는 상상도 가능할거라 본다.
 
20대든, 30대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중요한 건 어느 카테고리가 아니라 각자의 당사자가 소외받지 않는 세상이다. 각자도생이나 기울어진 운동장 앞에 그들을 더이상 내쫓지 않으려면,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대신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귀기울여야 한다. 답은 당사자가 갖고 있다.
 
박용준 공동체팀 팀장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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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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