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에 선 한국유니온제약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실적 부진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유니온제약이 경영권 매각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192억원에 달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부도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한국유니온제약은 신주인수권부 사채 원금 182억2855만원과 이자 9억3748만원을 포함한 총 192억원을 채무 이행자금 부족으로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은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자금 납입일은 당초 9월11일에서 11월18일로 연기했습니다. 경영실적 부진과 자금조달 어려움이 맞물려 자금납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요.   게다가 기업 신용도 위태로운 실정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익 창출 능력이 취약하고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유니온제약의 신용등급 전망을 B등급 안정적에서 B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또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한국유니온제약 제3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변경하고, 와치리스트 하향 검토에 등록했습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매출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2020년 적자 전환 이후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금조달을 위해 끌어들인 차입금으로 이자 비용도 늘어 재무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는데요. 이자 비용은 2022년 28억4337만원에서 지난해 41억1221만원으로 44.6% 급증했습니다. 최근 최대 주주 변경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유니온제약은 올해 연결기준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37억4432만원으로 전년 동기 14억6402만원보다 손실 폭이 더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순손실도 22억470만원에서 68억2584만원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2020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순손실을 내고 있고, 2022년 12억7142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잠깐 흑자전환 했지만 지난해 다시 52억3298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유니온제약도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특단의 조치로 경영권을 매각해 최대 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도달하려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요.   경영권 매각은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 최대 주주로 등극하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 다수의 기관투자가(LP)를 확보하고 기존 최대 주주인 백병하 회장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죠. 하지만 매출채권 가치를 두고 이견이 있는 만큼 자금 납입까지 순조롭게 매각이 이뤄질지는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의 경영권은 NBH캐피탈에 매각될 예정이었지만 자금 납입 불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현재 최대 주주로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 등극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데요.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은 올 초 한국유니온제약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된 양태현 대표가 최대주주인 조합입니다. 매각 절차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한국유니온제약은 오는 2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한국유니온제약 공장 전경(사진=한국유니온제약 홈페이지)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사정기관 압박 받는 고려제약…위기감 확대

리베이트 의혹으로 사정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고있는 고려제약이 창사 4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뉴로메드가 임상적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돼 중추신경계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온 고려제약이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올해는 리베이트 후폭풍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예고했습니다. 탈세 의혹을 받고있는 제약사 중 최근 의사들에게 현금과 골프접대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 중인 고려제약이 대표적으로 세무조사 물망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죠. 수사기관도 고려제약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경찰은 고려제약이 수년간 의사들에게 현금과 골프 접대 등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리베이트 내용이 담긴 엑셀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은 고려제약 임원과 회계 담당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의료파업과 맞물려 제약사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사정기관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집중 타킷이 된 고려제약은 경영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주인 박해룡 회장이 20년간 경영을 이어온 고려제약은 박 회장의 장남 박상훈 대표이사 중심 체제로 변화하고 있죠.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하고 제네릭 위주에서 체질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리베이트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고려제약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치매 치료제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의약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요. 전체 매출액에서 뉴로메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5% 달하는데 지난해 2월부터 판매 중단되며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퇴출된 뉴로메드를 대체할 뇌기능 개선제로 뉴로골린을 허가받아, 5월부터 출시해 판매 중인데요. 상반기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382억8002만원, 영업이익은 86억579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3%, 1.5% 감소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22억3697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매출원가도 229억545만원에서 194억5974만원으로 15.0% 줄어 수익성은 소폭 개선됐습니다. 고려제약은 오너 2세 박상훈 대표이사 경영체제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요. 박상훈 대표이사는 2005년 당시 박해룡 회장과 각자 대표로 취임했고, 2009년 부친의 지분 14.18%를 증여받아 최대 주주로 등극해 고려제약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랐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박상훈 대표이사는 38.84%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제약의 최대 주주입니다. 오너 2, 3세 경영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의 가장 큰 골치는 후계자의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세금 부담으로 섣불리 지분 승계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인데 박상훈 대표는 일찍이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승계 구도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 부진으로 인한 실적 정체와 건기식,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신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성과는 전무한 실정인데요. 고려제약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3%~4%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중은 2.77%에 그쳤습니다. 골다공증, 염증성 장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인 KDC-14-1는 10년 가까이 전임상 전 단계로 독성제거 원료개량 연구 중입니다.  지난 4월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앞에 서 있다. 경찰은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고려제약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현장+)해법 못찾는 의약품 수급 안정…원료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절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약사회가 공동 주관한 '제약산업 육성 및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는 의약품 수급 불안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내 맞춤형 약품비 정책 도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자리였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의약품 품절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변화와 정책적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의약품 수급 불안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보건 안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글로벌 6대 제약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원료부터 완제의약품까지 국내 의약품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제약바이오산업 지원책을 확대했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일부 품목에 단기간 발생했던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은 엔데믹 국면에서도 계속 악화되는 추세로 해열제와 항생제, 진통제, 천식치료제, 진해거담제 등의 다양한 품목에서 최근까지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의약품 처방과 제조, 수입 단계에서부터 환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사유로 발생해 모든 품목에 동일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원료의약품 공급 다변화와 의약품 수급 예측 시스템 마련 등 총괄적 제도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요구인데요.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는 의약품 대부분은 저가약인 만큼 제약사의 생산 동기 부여를 위해 약가 인상과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검토돼야 하고, 향후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국가 필수 의약품 비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가 원가 경쟁을 부추기고 그 결과 저가 원료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죠. 실제로 국내 원료 의약품 자급률이 2018년 26.4%에서 2022년 11.9%로 절반 가까이 하락해 의약품 공급망이 해마다 취약해지는 실정입니다. 최 회장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 개선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할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보건 안보와 제약 주권 확보 측면에서 국내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도입이 우선이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김동숙 공주대학교 교수는 수급불안정 요인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김 교수는 의약품 생산과정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고 필수의약품 공급안정 지원, 저가 필수의약품 생산성을 향상하고 출고량, 반품 제한으로 유통기업 분배기능 개선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김 교수는 "수급불안정 위험 감지 기능을 강화하고 실제 출고량과 공급량, 사용랑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급불안정 요인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제네릭 의약품을 기반으로 견고한 의약품 공급망을 구축했고 자본과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국산 신약 개발을 달성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제약 산업계와 국회, 정부가 보건 안보 강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