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사진=신풍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임상시험 3상에서 고배를 마신
신풍제약(019170)이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신풍제약이 특허 취득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는 약물의 효능을 입증할 임상 데이터가 없었고, 세포주와 햄스터 실험 자료만 기재됐습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지난달 27일 '유행성 RNA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제학적 조성물'이라는 명칭으로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공시를 보면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주성분인 피로나리딘을 유행성 RNA 바이러스 감염 질환, 특히 코로나19의 예방 또는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신풍제약이 밝힌 특허 활용 계획은 "국내에서 향후에 시판허가가 될 경우에 자료보호를 받고자 함"이었습니다.
신풍제약이 피라맥스 성분으로 코로나19 관련 특허를 취득한 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신풍제약은 지난달 13일 같은 명칭과 내용으로 유럽에서 특허를 받아냈습니다.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본 특허는 코로나19는 물론 사스와 메르스 등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 질환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죠.
두 번의 특허 취득 공시는 신풍제약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유럽 특허 취득 이후 신풍제약은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고, 국내 특허 취득 다음 영업일인 지난달 30일 주가는 18% 넘게 뛰었습니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에서 확인된 국내 특허 출원일은 2021년 3월 25일입니다. 신풍제약은 두 차례 거절결정서를 받았습니다. 특허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유행성 RNA 바이러스 전체에 억제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할 수 없다"며 특허를 거절했습니다. 신풍제약은 작년 6월 25일 거절 결정에 불복하는 심판을 청구한 끝에 지난달 27일 특허 취득에 성공했습니다.
신풍제약이 처음 제출한 특허출원서와 분할 출원을 위해 낸 특허출원서를 보면 피로나리딘의 유행성 RNA 바이러스 감염 질환 억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선택한 실험 대상은 세포주와 햄스터였습니다. 세포주 실험에선 신장세포(Vero)와 사람 폐세포(Calu-3)가 쓰였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전문가는 이번 특허 취득이 약효 입증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습니다.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죠. 2023년 발표된 임상 3상 톱라인 분석 결과, 신풍제약은 실험군과 위약군 간의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관여한 전문가는 "임상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특허 출원은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다고 인정받았을 뿐 약효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임상에서 실패한 것을 보면 이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세포주 단계의 데이터는 향후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신풍제약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