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인 "상상인저축은-김준범, 꺾기대출 같이 짰을 것"

아리온 전 공시담당자 증인 출석 진술…상상인 측 "추측성 발언일 뿐" 일축

입력 : 2021-04-23 오후 6:43:49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상상인저축은행과 김준범 전 씨그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아리온테크놀로지(아리온) CB담보 ‘꺾기’ 대출 구조를 함께 짰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적 증언이 나왔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의 상장사 전환사채(CB) 담보 대출 과정이 공시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이와 관련 거래소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지법 형사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와 검사 출신 변호사 박모씨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유 대표는 상상인저축은행들(옛 세종 고려저축은행)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에 대출해 준 뒤 해당 회사가 CB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 전 공시 담당자는 이 같은 복잡한 금융거래 구조를 누가 짰느냐는 검찰 측 질의에 “아무래도 갑(甲)의 위치에 있는 (상상인)저축은행과 김준범 부회장 논의 하에 진행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상인 측은 “그 발언은 (당사자가 아닌) 증인의 추측성 발언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과정은 이렇다. 2016년 9월2일 아리온은 제미니밸류1호조합(제미니조합)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어 제미니조합은 상상인저축은행들(세종 공평저축은행)으로부터 해당 CB를 담보로 50억원을 대출받고, 이 금액을 상상인저축은행(세종 공평저축은행) 예금으로 예치한 뒤 예금 채권 근질권을 설정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제미니조합 CB(사실상 아리온 발행 CB)를 인수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꺾기(양건예금)’라고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아리온으로부터 CB를 직접인수하지 않고, 대출금에 해당하는 인수액 전부를 ‘꺾기’로 취득한 것을 외형상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를 통해 공시 의무도 회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증인은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느냐”는 검찰 측 질의에 “CB 인수자가 예금 명의자와 동일한 경우 금감원 감사 등에 적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 담보 대출 과정을 미공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거래소 컨펌을 모두 받고 진행한 것”이라며 “CB 담보 제공 여부에 대해선 별도 공시해야 하는지 거래소에 (사모사채) 관련 공시 규정이 없어서 공시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상상인 측은 “증인의 답변대로 사모사채 관련 공시 규정이 없다보니 CB담보 대출 과정이 공시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기업에서 발행한 CB를 담보 잡아 예금 질권을 설정한 것은 구속성 예금과 다른 형태인데 이를  ‘꺾기’라고 하는 (검찰의) 표현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상상인과 함께 언급된 김준범 전 씨그널엔터테인먼트(씨그널엔터) 대표는 2017년 아리온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 CB를 발행해 드림티엔터를 인수한 인물이다. 드림티엔터 인수 전 2015년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B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는 ‘옵티머스 사태’ 핵심인물로 꼽히는 홍동진 전 옵티머스 PEF본부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 열린다. 이날 상상인 측 증인 심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경기도 성남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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