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불허 외국인 출국대기실, 20여년 만에 국가가 운영

법무부, 출입국관리법 개정 추진…"인권침해 논란 해소 기대"
무사증 입국 외국인 대상 전자여행허가 제도 다음달부터 시행

입력 : 2021-04-29 오후 5:55:4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의 출국대기실 운영을 20여년 만에 민간에서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그동안 항공사운영협의회(AOC)가 운영해 온 입국 불허 외국인 출국대기실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국가가 설치·운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인천·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양양·무안 등 전국 8개 국제공항에 출국대기실이 설치돼 있으며, 연간 약 4만3000명(1일 평균 117명)의 입국 불허 외국인이 이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지난 2002년부터 시설은 법무부에서 제공하고, 관리 책임은 AOC에서 부담하고 있다.
 
그동안 출국대기실은 환풍·채광과 정상적인 식사 제공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와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경비용역 직원의 경우 강제력 행사 권한이 없어 송환 거부나 난동 발생 시 대처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항공기 운항으로 수익을 내는 항공사에서 송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국가가 출국대기실을 운영하면 입국 불허자를 구금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입국 불허 외국인의 송환 업무는 민간이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고, AOC에서 부담하던 출국대기실 관리비용을 항공사의 귀책 유무에 따라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 국가가 맡아서 운영하면 문제로 지적돼 온 식사 제공, 질병 치료 등 입실 외국인의 인도적 처우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가가 출국대기실을 운영하는 경우 시설을 밝고 인권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입국 불허 외국인에게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등 그간의 인권침해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무부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고, 시설·인력 등 관련 인프라 확보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나가는 등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출국대기실을 국가가 직접 운영하게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출국대기실의 설치·운영에 관한 근거 조항을 마련해 출국대기실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운수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 외국인의 출국 시까지 발생하는 관리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출입국 관리 시 외국인이 보안과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경우 최소한도의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열악한 처지에 있던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 법이 조속히 통과돼 출국대기실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고, 더불어 직업 안정성도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우리나라에 무사증으로 입국할 수 있던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출발 전에 미리 K-ETA(K-ETA, Korea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 홈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관련 정보를 입력하고 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다음 달 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K-ETA 신청은 기존에 비자 없이 한국 입국이 가능했던 112개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홈페이지나 앱에 접속해 현지에서 항공기 탑승 전 최소 24시간 전까지 하면 된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는 4월 현재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21개 국가 국민과 무사증 입국이 잠정 정지된 91개 국가 국민 중 기업인 등 우선 입국 대상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신청인이 제공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K-ETA 허가 여부가 즉시 결정되며, 그 결과는 신청인의 메일로 자동으로 통보된다. K-ETA 수수료는 1인당 1만원 상당이며, 한 번 허가를 받으면 2년간 유효하다. 유효 기간 내 반복해 사용할 수 있고, 입국신고서 작성도 면제된다.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출입국자의 약 52%를 차지하는 무사증 입국 외국인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안전한 국경관리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오는 5월3일부터 8월31일까지 4개월간 시범 운영한 후 9월1일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K-ETA 신청이 의무는 아니며, 신청할 경우 수수료가 면제된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출국대기실 제도 개선, 전자여행허가 제도 등 법무부 정책 추진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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