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MEB 공개…현대차 E-GMP와 '맞짱'

"폭스바겐, 13개 브랜드 세계 1위 등 브랜드 파워 압도적"
현대차, 세계 최초 멀티 급속 충전·전기 외부 공급 등 강점

입력 : 2021-05-31 오전 5:58:15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간 전용 플랫폼 대결도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용플랫폼 E-GMP를 선보인데 이어 수입차 업체 폭스바겐그룹도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국내 시장에 공개하면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양사의 플랫폼 모두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현대차의 E-GMP는 세계 최초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기술, V2L(전기 외부 공급 기술) 등이 더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사진/조재훈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국내 시장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뼈대'다. 전용 플랫폼은 전기차 생산 단가를 낮추고 차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쟁력이다.
 
그동안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내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생산해왔는데 내연차 구동을 위한 불필요한 구조와 요소 때문에 전기차를 제대로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자동차의 모든 핵심 기능을 하부에 담는다. 따라서 내부 공간이 넓어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 시장 선두주자는 테슬라다. 이어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테슬라의 뒤를 추격하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시장에서 단연 선두에 있다"며 "2위로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꼽히는데 현대차의 E-GMP 기술력은 아이오닉5로 증명됐고 국내에 처음 들어오는 폭스바겐의 MEB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MEB는 배터리 하우징,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의 거리) 및 윤거(좌우 타이어 중심 간의 거리)를 재구성해 소형차부터 SUV, 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 적용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전기모터를 통해 리어 액슬(뒷 차축)을 구동하는 방식이며 프론트 액슬(앞 차축)에 추가 전기모터를 탑재해 사륜구동도 가능하다. 
 
폭스바겐은 MEB를 기반으로 ID.3, ID.4를 생산하고 있다. ID.4는 내년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22년까지 27종의 MEB 기반 모델을 선보일 방침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까지 23만1600대의 전기차를 공급하며 테슬라에 이어 전세계 전기차 시장 2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전동화에만 350억 유로를 투자해 2030년까지 70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했다.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5가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아의 첫 순수 전기차 EV6 역시 E-GMP가 적용된다.
 
E-GMP는 고속화 모터를 탑재해 구동성능을 대폭 끌어올렸으며, 중대형 차량들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 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을 통해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E-GMP에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도 기본 적용됐다.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18분만에 배터리 총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또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하며 제로백은 3.5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에 달한다.
 
E-GMP는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110V, 220V 등 일반 전원을 차량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췄다. 새롭게 개발된 V2L 기술은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전용 플랫폼은 메이커별로 독자적 기술로 만드는데 배터리 타입 등 외에는 다르지않아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를 찾기 어렵다"면서도 "폭스바겐이 전체 산하 브랜드별로 최적화시킨 모델을 내놓는다는 것은 가격경쟁력에서 현대차를 압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세계 판매 1위로 13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이 전용 플랫폼을 내놓고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다고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다양한 차종을 출시할 수 있다"며 "현대차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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