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고위간부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일선 지검장으로의 평행 이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선 검찰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고위검찰간부 인사도 여기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인사를 잘 아는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비슷한 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검찰개혁' 언급은 없었다.
이들 발언의 행간을 뜯어보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저항했던 고위 검찰 간부들과 함께 검찰 조직 내 반감을 사고 있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간부들 역시 인사 대상이라는 말로 읽힌다. 양측을 모두 정리해 검찰조직을 일신함으로써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직 내 반감으로 입지가 좁아진 대표적인 고위 검찰간부로는 이 지검장이 대표적이다. 친정부 성향이지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채널A 강압 취재 의혹)' 사건 수사의 사실상 실패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를 거치면서 이 지검장은 리더십을 잃은지 오래다. 최근에는 '김학의 불법출금'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까지 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이나 법무연수원장으로 승진·영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기소된 검사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검찰 인사를 아는 여러 사람들의 분석이다. 유임설도 나오지만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일선 검찰 최대 조직으로, 현 정부 이전에는 고검장급 자리였다. 때문에 이 지검장이 일선 지검장으로 발령이 난다는 것은 좌천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것은 이 지검장이 이 인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결국 검찰을 떠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사에 정통한 한 고위 검찰출신 법조인은 "공판이 시작되면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또 다른 의혹과 논란이 상당할 것이다. 상황이 매우 험해질 것"이라면서 "이는 본인은 물론 현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 쪽에서도 같은 전망을 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동의안 저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 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총장이 검찰을 맡아도 여론적 측면에서는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장 때리기'로 현 정부에 대한 불공정성을 부각시켜 대선까지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까지 안고 가기에는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을 잘 아는 사람 중 한명은 "이 지검장이 많이 억울해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인사 후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여러번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 인사에서는 현직 고검장들과 검사장들을 상대로 한 태풍급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검장들 중에는 일선 지검장으로 발령나는 인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 취임 전후로 여러 고검장들이 사의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청법상 검사 직급으로는 검찰총장과 검사 뿐이다. 특별규정을 둬 '대검찰청 검사'를 뒀지만 여기에는 검사장과 고등검사장이 모두 포함된다. 결국 고검장과 검사장은 직책에 따른 분류로, 검찰청법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실무와 관행상으로는 엄격히 위계가 유지돼 왔다. 현직 고검장을 일선 지검장으로 발령한다는 것 역시 사퇴하라는 청와대의 시그널이다.
고검장들이 사퇴하면 현 검사장들이 그 자리로 승진하면서 고검검사(차장검사)급이 검사장으로 갈 공간이 생긴다. 일선 부장검사와 부부장 검사 인사폭도 이렇게 정해진다. 이번 검찰 인사폭이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다만, 반전 가능성도 있다. 한 전직 검사장은 "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고검장들 몇명 물러난 것 외에는 사의를 밝힌 검사장도 많지 않다"면서 "(검사장들로서는) 경거망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박범계 장관과 고위검찰 간부 인사안 등에 대해 협의한 뒤 성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2시간 동안 설명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