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현대차와 탄소중립 위한 전기차·수소 동맹 강화 박차

최태원 회장, '딥체인지' 가속 주문…시너지 통해 조속한 체질 전환 기대
SK이노, 현대·기아차와 HEV용 파우치형 배터리 개발 중…2024년 탑재
SK-현대차, 수소 동맹 결성 이후 포스코·효성와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앞둬

입력 : 2021-06-29 오전 6:02:19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034730)그룹이 현대차(005380)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및 수소 관련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전략에 맞춰 신사업에 집중 투자 중인 만큼 현대차와의 시너지를 통해 그룹 체질 전환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액화수소사업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자회사를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등 미래 먹거리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현대차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서 SK와 현대차는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 서는 기업으로 꼽힌다. SK는 최 회장의 '딥 체인지' 구상에 따라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한 그룹 차원의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096770)은 주력인 정유 사업 대신 배터리에 집중하고, 에너지 자회사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에서 태양광·수소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3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전략적 선택 폭이 커져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를 산업영역의 동력원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난달 24일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사전 행사에서 "자동차 생산·운행·폐기 등 전 단계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해 순환경제 사회구현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3개로 확대하고, 2040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지난해 7월 7일 충남 서산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와 현대차가 협력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다. 지난 4월 SK이노는 현대차와 기아(000270)와 하이브리드차량(HEV)용 배터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간 협력 사례가 늘고 있지만 배터리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현대·기아가 향후 출시할 차량 특성에 최적화해 배터리 설계단계부터 제품 평가·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협업할 계획이다. 개발된 배터리는 현대차가 오는 2024년 선보일 차량에 탑재된다.
 
앞서 SK이노는 현대·기아와 지난 2010년 국내 최초 고속 전기차인 ‘블루온’의 배터리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 ‘레이EV’, 해외 첫 수출 전기차인 ‘쏘울EV’에서 나아가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5', 'EV6' 등 신모델의 배터리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SK네트웍스(001740)의 자회사 SK렌터카는 지난 25일 현대차와 한국전력과 함께 제주도에 국내 최대 규모 전기차 복합문화단지 조성 계획을 내놨다. SK렌터카는 총 406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렌털 센터와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할 예정으로, 내달 한 달간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니로EV 등 장기렌터카 신규 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4개월간 충전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충전할수록 E득’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도 눈에 띈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3월 수소전기차 공급 확대, 충전 인프라 추가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수소 사회 전환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수소 동맹’이 결성된 것이다. 두 그룹은 수소동맹 결성 후 3개월이 지난 10일 포스코(005490)그룹과 효성(004800)그룹 등과 함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다음달까지 추가 참여 기업을 최종 확정하고 오는 9월 중 최고경영자(CEO) 총회 개최한 뒤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수소사업 전담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을 세웠다. 이에 연료전지 발전소와 액화수소 생산 시설 등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기를 생산을 위해 약 11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SK는 계열사 및 자회사 등이 생산하는 수소를 현대차에 공급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대세인만큼 국내외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기술력·안정성을 고려한 기업간 동맹 변화는 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수소 생태계 마련을 위한 민간 기업간 협력이 구체화 되는 가운데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도 뒷받침 된다면 수소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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