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후 극단 선택게 한 입주민…대법, 징역 5년 확정

1·2심서 상해 등 7개 혐의 모두 유죄 판단…상고 기각

입력 : 2021-08-29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협박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한 후 재판에 넘겨진 주민에 대해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심씨는 지난해 4월2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최모씨가 삼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킨 것을 보자 "경비 주제에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냐"고 소리치면서 최씨의 얼굴 등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심씨는 상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보복상해·보복감금·보복폭행), 강요미수, 무고, 협박 등 총 7개 혐의가 적용됐다. 
 
최씨는 심씨로부터 폭행당한 후 그해 4월28일 상해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그다음 달 10일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심은 심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상해, 강요미수, 무고, 협박 범행은 인정하고 있는 점, 1996년과 1999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죄로 각 벌금형의 처벌을 2회 받은 것 외에는 폭력 관련 범행으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2011년 이후로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된다"면서도 "그 범행의 경위, 방법, 내용 등에 비춰 사안이 무겁고,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이란 결과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나, 이 사건 각 범행으로 고통받던 피해자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정은 형법 51조 4호에서 정한 양형 조건인 '범행 후의 정황'으로서 피고인에 형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현재까지 이 사건 각 범행 중 보복 목적 감금·상해·폭행 범행을 각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해 유족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들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심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심씨의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주장에 대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비춰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달리 그 증거 가치 판단이 잘못됐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 과정이 논리와 경험칙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심씨는 재판부에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양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법원에 수차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만 하고 피해자나 언론 등의 타인을 나무라거나 원망하며 자기 합리화만을 꾀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한 반성문을 통해서는 피고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어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작 반성과 사과의 상대방이 돼야 할 피해자의 유족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죄를 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며 "형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고, 원심 역시 이러한 사정과 함께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피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양형 기준에서 정한 권고 형량의 상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경비원으로서 을의 입장에 있는 이 사건 피해자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에 해당하고, 이는 형을 가중해야 할 특별양형인자로 고려돼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 기준은 단지 법관이 양형하면서 존중할 것이 요구될 뿐이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 점, 원심은 권고 형량의 상한을 벗어나 선고형을 정했으므로 설령 이와 같은 사정이 형을 가중할 요소인 특별양형인자로 고려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정한 선고형은 어차피 양형 기준에서 정한 권고 형량의 범위 내에 있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은 이미 이와 같은 사정을 양형인자로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씨가 지난해 5월22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은 후 서울북부지방법원을 나와 경찰 호송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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