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국감)'총공세' 예고에도 '한방' 없었다…이재명, 꼼꼼한 해명 '판정승'(종합3)

이재명, '그분' 관련해 "돈 나눠 가진 국민의힘 추적해야"
"유동규, 가까운 사람 맞아…수치스럽고 죄송", "강아지 주지, 곽상도 안 준다"
조폭설 등 이재명 도발에만 열중…원희룡 "이래서 정권교체할 수 있겠나"

입력 : 2021-10-18 오후 8:12:33
 
[뉴스토마토 장윤서·권새나 기자]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예고한 국민의힘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데 실패했다. 맹탕 국감에 그치면서, 오히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조목조목 반박·해명할 기회만 부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후보는 민주당 엄호 속에 국민의힘 집중공세에 여유롭게 답하는 등 국감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의 '판정승'이다. 
 
"대장동, 내가 설계…내부이익 설계는 몰라"
 
이 후보는 18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설계자는 제가 맞다"며 "(국민의힘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내부 이익을 나누는 설계를 마치 제가 한 것처럼 호도하고 싶겠지만, 제가 한 설계는 공공환수 내용, 절차, 보장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에 따르면, 신영수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4년간 공공개발 100% 환수제를 극렬히 반대하면서 일부 환수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시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개발 부담금도 깎았고 택지를 임의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상황에서 지자체장이 분양가를 묶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또 초과이익환수제 관련해선 공모단계에서 이익을 확정해 계약을 한 상태에서 집값이 올랐으니 나눠갖자고 하면 협상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관련 사업의 틀을 짜면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SPC) 컨소시엄 수익 배분 구조에도 관여해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대장동 사업의 큰 틀을 설계한 것은 맞지만, 세부 사항은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진행했음을 강조했고 자신은 세부 보고를 받은 일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에게 온)보고 내용은 3개 금융기관이 (입찰에)임했다, 그 중에서 1800여억원 일부 부지를 확보했다, 금융기관이라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세부 내용은 보고할 이유도 없고, 보고 받은 일도 없다"고 단호히 잘랐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확정 이익으로 해라, 먹튀 못하게 해라, 경쟁시켜라, 대형 금융기관 참여시켜라, 혹여 부정행위를 하면 다 환수하게 하자고 한 게 저의 설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이재명·민주당, '국민의힘 게이트' 역공 
 
민주당과 이 후보는 자칫 대선후보로서 시시비비를 따지며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을 차단하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장돈 사건이 국민의힘과 토건세력이 결탁한 돈잔치라는 증거를 일일이 보여주며 '국민의힘 게이트'로의 전환을 도모했다. 
 
이 후보는 "바로 '그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분은 돈을 나눠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 자신을 '그분'과 결부짓는 것에 대한 선긋기였다.
 
이 후보는 "개발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너무 많은데 그 뒤에는 대개 정치·관료 세력이 있다"며 "돈 사용처를 찾아보니 50억원을 받은 사람은 국민의힘 국회의원(곽상도) 아들, 고문료 받은 사람은 전 원내대표(원유철) 부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특검(박영수) 등인데, 그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엄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만약 (제가)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가졌다고 하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던져줄지라도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했던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유동규, 가까운 사람 맞아…수치스럽고 죄송"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에 밀리지 않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50여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음에도 2억5천만원 수준의 수임료를 지불한 사실을 지목하며 대납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이 후보는 "수사과정, 그리고 1~3심과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까지 총 5번의 재판을 했고 여기에 선임된 개인 4명, 법무법인 8곳이 있었다"며 "내가 선임한 건 개인 4명, 법무법인 6명이었고 이 중 1개 법인이 사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변 전임회장이 지지 차원에서 변론에는 참여하지 않고 (변호인단에) 서명해준 게 있어서 총 14명"이라고 했다. 그는 농협과 삼성증권 계좌로 송금한 내역이 있으니 검찰이 수사를 통해 계좌 추적을 해보시라고 당당히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질의에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구속과 관련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지금 (유 전 사장이) 측근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법률상 개념이 아니라 정확하게 정의를 할 수 없지만 (유 전 사장이) 선거를 도왔던 것도 사실이고 경기도 업무를 맡긴 것도 사실이라 가까운 사람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하지만 수시로 뭔가 상의하는 사이는 아니고,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 3800억원을 출자해달라고 해서 관리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렸다"며 "그럼에도 제가 일을 맡겼던 부하 직원들 중 하나라 청렴을 강조했고 노력해왔는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주변에서 인사 문제가 벌어져서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이재명 연루' 못 밝힌 국민의힘···당 내부조차 '실망' 분위기
 
국민의힘은 '대통령 후보 사퇴해야', '조폭 연루설' 등을 제기하며 이 후보를 자극해 말 실수를 유발하려 애썼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에서 이 후보가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준 사실이나 직접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 등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큰 한 방 없이 마무리됐다. 
 
대장동 게이트 TF소속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청에서 좌진상 우동규라는 말이 있다. 들어봤느냐”며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 산하 기관 중 도시공사 외에 두 번째로 중요한 기관인데, 여기 1호로 임명한 사람이 유동규고, (유동규의)석사 논문에 '시장님께 감사하다'고 써있고,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나가 증언도 했다"고 유 전 사장과의 관계를 조명했다. 
 
박 의원은 "정진상 전 정책실장은 측근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질문, 이 후보의 동의를 이끌어낸 뒤 "만약 특검 수사 결과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에 정 전 실장이 연루된 정황, 측근 비리가 있으면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할 것이냐"고 도발했다.
 
이 후보는 "가정적 질문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특히 "측근 비리가 있을 경우 사퇴할 것인지 말씀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측근이 100% 확실한 그 분의 문제에 국민의힘은 사퇴시킬 것인지 먼저 답하면 저도 답하겠다"고 응수했다. 윤 후보의 대검 참모 중 한 명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고발 사주 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른 반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뜬금없이 '조폭설'을 제기하며 대장동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데 주력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의원은 "이 후보는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의 도박사이트 자금세탁 회사인 줄 알면서도 특혜를 줬다"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김 의원은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으로 코마트레이드 직원인 박철민 씨로부터 제공받은 자필 진술서와 현금 뭉치 사진 등을 공개하며 뇌물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 지시로 박 씨가 이 후보에게 2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연신 헛웃음을 지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 의원이 "허언증이 있어서 허위진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본 의원이 볼 때는 박씨가 모든 걸 걸고 공익제보하는 비장함에서 진정성을 느낀다”고 말할 때 이 후보는 실소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런 명백한 허위사실을 국민들 앞에서 보여서 틀어주고,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음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감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실망이 역력한 모습이다.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는 자신의 유튜브로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를 관전하면서 "국민의힘이 이래서야 내년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특히 원 후보는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는 사실상 질문이 없다고 아쉬워했고, 박수영 의원에 대해선 "경기도 부지사를 지냈고 에이스 공직자였는데 나름 질문으로 몰고 가긴 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민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 후보와 대장동 사건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며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오명을 쓸 수 있는데도 국감장에 서면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니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데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권새나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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