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속 '저희' 누구냐…'고발사주' 수사 변곡점

김웅, 피의자 신분 출석 "고발사주 실체 없어"
공수처, 녹취록 속 '저희=손준성·검찰' 의심
제보자 조성은도 "'김웅-검찰' 교감 있었다" 주장

입력 : 2021-11-03 오후 5:03:17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상대로 의혹 전반을 집중 조사 중이다. 김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9시45분쯤 출석했다.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였던 지난해 4·15 총선 직전 2차례에 걸쳐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성은씨에게 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에 대한 보도와 실명 판결문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공수처가 우선 확인해야 할 부분은 조씨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녹취록 속 '저희'의 존재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조씨에게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전화했다. 당일 오전 10시3분 통화에서 김 의원은 "얘들(여권 인사 등)이 '제2의 울산사건'이다.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MBC를 이용해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윤석열 죽이기로 갔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라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씨에게 말했다.
 
이어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래요.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했다. 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 '작성자'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 역시 작성자 무리에 속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조씨와의 당일 통화에서 "이 고발장 요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된다"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되는 거예요"라고 말한 것도 검찰이 배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는 해석이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저희'를 검찰로 보고 있다. 조씨도 지난달 29일 유튜브로 방송된 '뉴스토마토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웅 의원이 얘기했던 부분들은 분명히 검찰과의 교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공수처가 가장 애를 먹고 있는 부분이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를 중심으로 한 검찰과 김 의원의 접점이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고발장 초안 등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미 공개된 텔레그램 정보와 문건들을 통해 상당부분 정황이 확인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물적 증거를 공수처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전날 '저희'에 김 의원과 함께 소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손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 부분을 캐물었지만 손 검사는 김 의원과 검찰과의 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공수처에 출석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의) 이름이 언급됐다고 해서 배후라고 하면 완전 억지다", "제보자와 그 경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등으로 해명했다. 
 
이처럼 공수처가 김 의원을 상대로 확인할 부분이 많고, 의혹을 부인하는 만큼 이날 조사는 전날 손 검사와 마찬가지로 장시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검사는 지난 2일 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공수처는 이날까지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손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그달 26일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면서 기각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검사에 대한 구속여부 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이날 김 의원의 해명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생이 이제는 불쌍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뉘우치면 기회가 다시 또 오지만, 스스로를 나락으로 떠미는 모습에 연민까지 느껴진다", "뉘우치면 모르겠지만, 체포동의서가 꼭 제출돼야 할 것 같다" 등의 글을 남겼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불거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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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