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우조선 노사 만나 "해답없는 갈등에도 공존·상생 찾아야"

노조, 현대중공업 인수합병 거부하며 900일 넘게 시위…문재인·민주당 성토
경영진 "인수합병 차질 없도록"…이재명 "노사 공존해야만 기업도, 노동자도 산다"

입력 : 2021-11-14 오후 3:05:06
[거제=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부산·울산·경남(PK) 순회 3일차 일정으로 대우조선해양 노사를 만났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지역민들도 편이 갈렸다. 이 후보는 "해답이 없는 갈등에서도 공존과 상생을 찾자"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가장 현명한 대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거제시 아주동에 있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방문, 현대중업과의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노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9년 1월 대주주 산업은행에 의해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결정됐다. 하지만 노조는 밀실 결정인 데다, 노조와 지역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900일 넘게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 결정에 반발한 일부 시민들은 시민대책위도 꾸렸다. 이 후보가 노동계와 공개적으로 만난 건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조선산업 종사자들과 조선업에 기대서 생업을 하는 지역민들은 지금 인수합병으로 인해 고용안정성과 거제가 불이익을 당하고 경남지역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며 이해를 표하면서도 "이해관계 충돌도 결국 사람이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양보와 타협으로 지혜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타협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을 결정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인수합병을 6개월 안에 마치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이 3년째 진행 중"이라며 "피땀 흘려 일한 노동자와 지역민이 철저히 배제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잘못된 정책은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자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임 때 실시한 청정계곡 복원사업을 언급하면서 대화와 설득을 통한 공존과 상생을 강조했다. 당시 이 후보는 계곡을 무단 점유해 자릿세를 받고 영업하는 식당 등의 불법시설물을 모두 철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도지사 때 결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 청정계곡 사업을 진행하면서 설득하고 대화해서 일을 추진했다"며 "대우조선 문제는 답이 없는 답답한 것일 수 있지만 일단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고,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정하고, 일자리 문제를 포함해 지역사회에 피해가 없도록 합리적으로 길을 찾겠다"고 했다.  

시민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지역표심은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 거제는 문 대통령의 고향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해졌다는 것. 간담회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은 이 후보 옆에 배석한 민주당 소속 변광용 거제시장을 향해 "변광용 여기 왜 와 있냐. 꿀 먹은 벙어리냐" 등의 거센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시민대책위 한 관계자는 "거제는 문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곳이고, 문 대통령도 2017년 대선후보 때 이곳에 와서 대우조선 정상화를 공약하고 갔다"며 "그런데 공약은 말짱 거짓말이 됐고, 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대우조선 매각 발표 후 청와대 앞에서,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경남도당 앞에서도 시위를 했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다"면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이런 민심을 똑바로 봐라"고 직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거제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데 대통령께서 일부러 문제 해결을 피하려고 하셨겠느냐"라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셨는데 조선업 구조적 불황 등 심각한 상황에서 모두 공멸하느냐, 하나라도 생존하느냐 하는 선택에 직면한 끝에 결단을 하셨을 것"이라고 수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저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 이런 약속을 드리진 않겠다"라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인수합병이 맞느냐, 인수합병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미 결정한 정책을 번복하는 게 타당하냐, 고용안정성 논의 등을 포함해 인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등을 놓고 합리적인 미래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이성근 사장 등 경영진과 면담하고,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현명한 대안모색을 주문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이어 옥포조선소 안으로 들어가 사측과 면담했다. 이 자리엔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해 박두선 조선소장(부사장), 안호균 경영전략본부장(전무), 이영호 지원본부장(전무) 등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노조, 시민대책위와 간담회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보완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번 문제에서 '어떻게 합병하는냐'라는 건 사실 부차적인 일이고, 핵심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과 지역경제에 대한 타격"이라며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사실 모두 답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에 대해서 어떤 가능한 대안과 보완책을 만들 수 있을지는 생각하고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회사의 기본적인 입장은 산업은행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기업결합의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기업결합 여부를 떠나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고, 노동자들과 기존 협력사 체계가 안정된 형태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노조나 지역민들은 지금 경영진이 말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역대 기업들 인수합병에서도 고용안정성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갈등 요소가 있겠지만 노사가 공존하고 상생해야만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조선산업도 살고, 지역경제도 산다"고 강조했다.

거제=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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