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600조 나라 살림은 누가 챙기나?

입력 : 2021-11-29 오전 6:00:00
"저희가 지금 심사한 것을 잠정 집계했습니다. 세출에서 1조 2281억을 감액했습니다."
 
"아직 보류사업도 있고 증액사업은 심사도 한번도 못 해 보는 등 우리 소위원회가 심사해야 할 사항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11월 2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록중 일부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600조원이 넘어갈 2022년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중이다. 코로나19 대책과 회복,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부동산과 청년 정책 등이 공허한 얘기가 되지 않으려면, 내년 예산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에서도 내년 국가예산에 관한 보도를 찾기 어렵다. 중앙언론의 정치부 뉴스는 온통 대통령 선거 얘기들뿐이다. 
 
그 와중에 국회는 또다시 밀실 예산심의를 하고 있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은 12월 2일인데, 위 회의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도 아직 심의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런 핑계를 대고, 또다시 법에도 근거가 없고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는 ‘예산안 소소위’가 가동중이라고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거대양당 간사 등 극소수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600조가 넘는 나라살림이 결정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밀실 예산심의에 대해서는 그동안 숱한 언론들이 비판을 해 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런 보도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지금 예산안이 어떻게 심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정파적 논리에 휘말려 있고, 대선에만 올인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는 것같아서 씁쓸하다. 
 
이렇게 언론에서 내년 예산과 관련된 보도가 실종된 이유는 대선후보들에게도 있다. 대선후보들의 입에서 예산에 관한 얘기가 안 나오니, 언론보도도 잘 안 나오는 면이 있다. 정책은 얘기되는데 정작 중요한 예산에 대한 얘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취임을 하게 될 텐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시민사회에서는 내년 예산에 대해 여러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특히 내년 예산에 대거 포함된 공항건설예산이 문제이다.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에는 제주2공항 기본계획 수립 425억원, 새만금공항 기본계획 수립 200억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공항개발조사 예산 90억으로는 가덕도 신공항 등 그 외 공항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제주2공항 예산이다. 제주도민 여론이 ‘건설 반대’인 것으로 확인됐고 환경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는데, 국토교통부는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론도 무시하고 환경부도 무시하겠다는 행태이다. 그런데 국회 예산심의에서는 이런 예산이 그냥 통과될 상황이다. 
 
또한 지난 24일부터 국회 앞에서는 보건의료노조의 노숙 단식농성이 진행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공의료강화, 보건의료인력 확충 관련 예산 3688억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는데, 이 예산의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이 604조원이 넘고, 2021년에 비해 46.4조원이 늘어난 것이라는데, 공공의료시스템을 강화할 예산은 확보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정책의 효과를 제시하지 못하는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은 사업들에 대한 지적들이 보인다. 이런 예산들이 과연 국회에서 제대로 걸러질지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 밀실 예산심의를 통해, 매년 반복되는 악습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막판에 각종 토건사업 예산을 끼워넣는 행태,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얘기는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여전히 사람이 아니라 토건개발사업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어떻게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선후보들이 국가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온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2022년 예산에 대한 자신의 입장부터 밝힐 일이다. 특히 시민사회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는 예산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개혁을 얘기하기 이전에, 밀실 예산심의를 중단시키고 예산과정에 국민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대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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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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