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촌체험마을 '백미리', 어촌뉴딜로 '환골탈태'

인구 434명 마을에 체험객 연간 10만명 방문
고둥·게잡이, 굴따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 특산물
어촌뉴딜로 신축·리모델링…소득·청년인구 유입↑

입력 : 2021-12-02 오후 5:26:46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17년 전까지 제일 못사는 어촌이었어요. 누가 여기를 올까 했는데 지금은 한해에 10만명씩 어촌체험을 하러 옵니다. 최근에만 젊은 사람들이 9명이나 새로 들어오면서 마을도 젊어지고 있어요. 어촌뉴딜 공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의 경험을 다른 마을에도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경기 화성시 백미리 마을의 어촌계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는 이창미 사무장의 입가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인구 434명 남짓의 작은 마을이지만 바지락, 낙지, 굴, 김, 꼬막, 쌀, 포도 등 특산물이 넘쳐난다. 고둥·게잡이, 굴 따기, 바다배낚시, 낙지잡이, 카약타기 등 체험거리도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지난 1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백미리 마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지원받은 ‘어촌뉴딜 300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마을에 진입하면 새로 조성된 넓은 주차장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다목적 운동공간, 슬로우푸드 체험장 등 일부시설은 이미 공사가 끝났고 숙박시설인 B&B하우스 리모델링, 주민 공동이용시설 등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04억원을 투입한 백미리 마을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2004년 백미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된 백미리는 2005년 자율관리공동체, 2007년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후 체험 내용을 의욕적으로 늘려왔다. 체험활동이 다양한 만큼 주중에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단체 체험활동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방문객 수는 2000년 5만6000명이에서 지난해 10만명으로 늘었다. 수익도 8억6000만원에서 21억8000만원으로 2.5배 뛰었다.
 
전국 1위의 어촌체험마을 명성에도 건물·시설 곳곳은 낙후된 상황이었다. 1997년도 1차 어촌종합개발사업 때 지어진 주민공동이용시설은 낡은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사업을 통한 리모델링으로 슬로우푸드 체험관과 회의실도 들어섰다.
 
지난 1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백미리 마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지원받은 어촌뉴딜 300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모습이었다.  사진은 슬로우푸드 체험관의 주민들. 사진/뉴스토마토
 
체험관에 들어서자,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업으로 마을 주민들의 들뜬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슬로우푸드 체험관은 커피에서부터 파스타, 조개젓, 김·감태 아이스크림까지 새롭고 다양한 음식이 즐비하다. 도시에서 온 젊은 주민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산미 좋은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마을 주민 11명이 바리스타 자격증 소유자다.
 
마무리 단계에 놓인 2층은 숙박시설로 쾌적한 분위기다. 체험장에서 딴 조개는 숙박시설에서 즉석 구이가 가능하다.
 
어촌뉴딜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고 있었다. 새로 조성중인 낙조캠핑장과 머드체험장, 염전체험장까지 구성 중이다. 멈추지 않는 아이디어는 코로나발 여파에도 방문객이 줄지 않는 비결이다.
 
마을 주민들이 똘똘 뭉쳐 어가 소득창출에 힘쓰면서 백미리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평균나이는 53세로 줄었다. 최근에만 9명의 주민들이 새로 합류했다. 텃새는 없다. 새로운 주민들은 어우러져 어업과 마을 사업에 참여한다. 어가 소득은 5500만원으로 다른 어촌·어항보다 높다. 
 
최근 백미리에 합류한 마을 주민 김진영(45세) 씨도 어가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남편은 김양식을 하고 김씨는 마을 사업에 참여하면서 소득을 올린다. 전라도에서 어업을 하다가 수온이 상승하면서 새로 정착할 곳을 찾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정착한 곳이 백미리다. 
 
백미리의 사례는 어가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 귀감이 될만하다. 어가인구는 2015년 13만명에서 지난해 10만명으로 23%가 줄었고, 어촌고령화는 2020년 36.2%에 달한다. 전국평균 15.7% 대비 2.3배 높은 것이다. 어촌·어항 지원사업은 단순히 어민들의 소득을 올리거나 고령화를 막는데 그치지 않는다. 나라의 가장 끝에서 터전을 꾸리는 것 자체가 국경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창미 사무장은 "바다는 식탁과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어촌뉴딜을 계기로 남녀노소가 같이 어울어져 또 하나의 백미리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준비 중이다. 우리 마을의 사례가 다른 어촌·어항에도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백미리 마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지원받은 어촌뉴딜 300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모습이었다. 사진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백미리 갯벌 모습. 사진/해양수산부
 
화성=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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