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서울대공원의 변신, ‘동물원에서 생태문화공원으로’

‘꽃의 숲 프로젝트’ 정원문화 이식, 부차트가든 벤치마킹
고질적 주차정산 해결, 정문 리모델링 등 노후시설 개선
역대 최고 고객만족도, ISO45001 획득 등 조직 변화 호평

입력 : 2021-12-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개장 37주년을 맞은 서울대공원이 동물원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종합생태문화공원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26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1984년 개장한 서울대공원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매년 250만명이 찾는 명소다.
 
부지면적이 913만㎡에 달할 정도로 넓어 천연 산림자원이 풍부한데다 국내 최대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개장 30년을 훌쩍 넘기면서 시설들이 노후한데다 동물원 외에 다른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게다가 코로나19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여느 시설들처럼 일시적인 관람객 감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달 3일 서울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기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캐나다 부차트가든 벤치마킹 ‘꽃의 숲 프로젝트’
 
올 초 부임한 이수연 원장은 발빠르게 관람객의 입장에서 서울대공원을 바라보고 장단점을 파악했다. 민간시설의 장점을 조사해 도입 가능한 부분을 직원들과 의논했다. 어느 부분이 개선이 시급한지, 어떻게 바꿀건지 소통하며 결과물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꽃의 숲 프로젝트’다. 올해 시작한 꽃의 숲 프로젝트는 기존에 동물만 눈에 띄던 서울대공원에 힐링·생태·정원·식물을 더해 종합생태문화공원을 표방했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전하고자 서울대공원 구석구석에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을 식재해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모델인 캐나다의 부차트가든(The Butchart Gardens)은 원래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곳을 정원으로 바꿨다. 상당한 규모의 부지 곳곳에 다양한 주제를 가진 정원과 호수가 펼쳐져 한때 누구도 찾지 않던 폐채석장이 이제는 생태계의 보고로 수백만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서울대공원도 부차트가든 못지 않은 조건을 갖고 있다. 기존의 단조로웠던 녹지환경을 관람객 동선을 고려해 계절과 주제에 맞춰 12개의 가든으로 조성했다. 이 원장을 포함한 500여명의 직원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지난 여름부터 점차 꽃과 식물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12개의 가든은 ‘웰컴가든’, ‘동물원으로 가는 꽃길’, ‘홈런가든’, ‘팝업주 가든’, ‘꽃의 언덕’, ‘윈터가든’ 등 다양하다. 지난 여름에는 ‘동물원으로 가는 꽃길’에 해바라기 1만주를 식재해 코로나19로 우울감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안겼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내년 봄에는 올해 조성한 가든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봄에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튤립, 무스카리, 수국 등 화려한 꽃들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다. 가수 임영웅 팬클럽 후원으로 ‘Hero 가든’도 조성한다. 
 
서울대공원은 ‘꽃의 숲 프로젝트’로 기업과 시민들의 기부와 지원을 받아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 정원, 정원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원박람회 개최, 정원공모전 등을 실시해 참여를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원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꽃의 숲 프로젝트' 이후 달라진 서울대공원 풍경. 사진/서울대공원
'꽃의 숲 프로젝트'로 조성한 정원에서 관람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서울대공원
 
눈높이 시설 개선, '역대급' 고객만족도 호평
 
서울대공원은 지난 9월 서울대공원 동물원 입장 시 관람객이 안전하게 비대면으로 교통카드를 찍고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울대공원 주변의 교통정체 요인으로 지목됐던 입차 시 주차정산 방식도 개편해 모바일 앱을 통해 빠르게 출차 할 수 있도록 사전 정산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는 주차장 시설 개선 공사도 한창이다.
 
또 주변 청계산과 어우러지는 노출콘크리트 디자인의  동물원 정문 리모델링 공사를 연내 마칠 계획이다. 이 곳에도 조경 디자인을 함께 진행해 정원을 포함한 고객 쉼터도 조성한다. 최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공간인 종합안내소도 리모델링을 마쳤다.
 
서울대공원은 올 초 동물원 둘레길을 개방하면서 관람객이 증가하자 별도의 보행로 개선공사를 통해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 시 이용하는 전기카트의 경우, 소음이 적어 관람객이 인지하지 못해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서울대공원 로고송을 틀고 운전하도록 하고 있다. 
 
관람객은 물론 호랑이, 곰 등 맹수를 사육하는 맹수사육사의 근무환경도 개선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만큼 맹수들이 사용하는 공간에는 공간별 안전자동문을 설치하고, 사육사들이 청소 등을 위해 진입할 경우 외부에서 자동으로 문 개폐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울대공원은 올 하반기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개장 이래 가장 높은 점수인 81.26점을 기록했다. 직접 다녀간 고객들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한 평가이므로 의미가 작지 않다.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한 것도, 인력이 대폭 충원된 것도 아닌,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 이룬 결과다.
 
최근 서울대공원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안전보건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안전보건에 관한 최고 수준의 국제 인증으로, 조직상황과 리더십, 안전보건경영방침, 노사소통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지자체 최초이자 동물원 최초다. 
 
이수연 원장은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건 전적으로 온 직원이 합심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내년에도 꽃의 숲 프로젝트를 확대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종합생태문화공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정문에서 한 관람객이 스마트 발권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대공원
비대면 입장이 가능해진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 사진/서울대공원
개장 37주년을 맞은 서울대공원이 종합생태문화공원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사진/서울대공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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