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주거취약계층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진화

반려동물 흥미까지 생각한 캔자스대저택
노인·장애인 마음까지 품어주는 유디하우스

입력 : 2022-01-13 오후 5:19:1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민관협력형 임대주택모델인 사회주택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노인·장애인 등 주거취약계층의 수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인 아이부키는 지난달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캔자스대저택’의 입주를 완료했다. 반려문화 사회주택을 지향하는 캔자스대저택은 기획단계부터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청년·신혼부부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2019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 1인 가구의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하지만, 기존 민간·공공임대주택 대부분은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걸 임대인이 꺼리거나 아예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과 같이 살 경우 이사철마다 남들보다 2~3배의 품을 팔고 임대인 눈치를 봐야 한다. 심한 경우 주거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파양하는 일도 벌어진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반려문화 사회주택 캔자스대저택의 최연우씨 집에서 반려묘 설리가 쉬는 모습. 사진/최연우씨
 
캔자스대저택은 설계과정부터 반려동물을 중심에 뒀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건식 세면대를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공간 가운데로 돌출해 반려동물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ㅁ'자 동선을 만들었다. 외벽 두께나 창호도 반려동물 소음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부 손님 방문 시 필수인 중문이나 바닥과 맞닿아 설치된 반려동물 전용창문, 산책 후 씻길 수 있는 수도시설, 미끄럼·손상 방지 향균타일 등은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면 누구나 환영할 요소다. 전용면적 45㎡의 좁지 않은 주거공간에서 월 35만원의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거주 가능하다.
 
1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겸한 반려동물 카페도 운영한다. 카페나 가벼운 술 한 잔을 할 때 반려동물을 데려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외출 시 반려동물을 맡기거나 장난감을 만들고 공동산책을 나가는 등의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입주자이자 반려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최연우(35·여)씨는 “건물이 빨리 망가진다는 인식이 있어 10년 넘게 혼자 고양이를 기르면서 집 옮길 때마다 스트레스”라며 “유명 반려동물 임대주택도 면적·시설·가격 중 불만이 있었는데 저같은 사람한테 정말 감사한 곳이다. 벌써부터 우리 건물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장소”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반려문화 사회주택 캔자스대저택 앞에 입주한 최연우씨와 반려묘 설리. 사진/박용준 기자
 
아이부키는 올 상반기 중 은평구 구산동에 LH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다다름하우스’도 문 열 예정이다. 다다름하우스는 성인이 돼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야 했던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지지기반의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됐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통합형 방식으로, 입주 전부터 장애인은 자립준비과정 프로그램을 비장애인은 장애인 이해교육을 각각 지원받는다. 전문기관인 엔젤스헤이븐이 운영에 참여해 입주자 서비스를 지원한다.
 
입주 후에도 공유공간에서 함께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지며 비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매니저나 주거코디네이터 배치, 지역자원 연계 통합서비스도 제공한다. 주변 대비 절반 가량의 저렴한 임대료도 장점이다.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중랑구 망우동에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망우’를 지난달 완공하고 다음달부터 입주자를 모집한다. 유디하우스 망우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약자도 편하게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다.
 
유디하우스에서는 소득이나 재산 등을 기준으로 한 기존의 사회주택 입주 대상자 외에도 노인이나 장애인 등도 함께 어울려서 사는 소셜믹스를 실현하고 있다. 홀몸노인이나 지체장애인 등을 위해 현관부터 집 안 화장실까지 휠체어로 이동 가능하게 각 공간을 설계하고 공간 사이의 단차를 없앴다.
 
유니버설디자인협동조합이 2020년에 앞서 공급한 유디하우스 수유의 경우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최우수상,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높은 품질을 입증하기도 했다.
 
심상득 협동조합 이사는 “청년이나 신혼부부도 주거취약계층이지만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주택도 필요하다”며 “유니버설디자인에 맞게 된 집에서 소셜믹스로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편견을 깨나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공급해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디하우스 수유.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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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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