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승용차뿐만 아니라 소형 트럭에도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포터와 봉고 전동화 모델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늘은 데다 유지비가 기존 디젤 차량보다 저렴해 소상공인의 수요가 전기 트럭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전기 트럭 출시가 예고돼 있어 전기 상용차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지난해 판매한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3 EV' 판매량은 총 2만6533대로 전년 대비 84.3% 증가했다. 포터 일렉트릭은 총 1만5805대가 팔려 74.9% 늘었고 봉고3 EV는 약 2배 늘어난 1만728대가 판매됐다.
지난 2019년 12월 포터 일렉트릭, 이듬해 1월 봉고3 EV가 출시된 이후 2020년 연간 판매량이 처음 1만대를 넘긴 뒤 1년 만에 약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새벽 배송 등 택배 물량이 증가하고 영업용 번호판 무상 발급 정책의 영향으로 전기 트럭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 '봉고3 EV'. 사진/기아차
그동안 개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약 2800만원을 내고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1.5톤 미만 전기 화물차를 새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 정책은 오는 4월 폐지된다.
또 디젤 차량보다 경제적이다.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3 EV 국고보조금은 14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치면 2000만원을 넘게 받는다. 구매 비용이 1000만원 후반에서 2000만원 초반대로 디젤 차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영주차장 주차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 각종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3 EV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중국 전기 상용차도 국내에 출시된다. 대창모터스는 올해 상반기 전기 트럭 '다니고-C'와 탑차 '다니고-T'를 출시할 예정이다. 두 차량 모두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한 뒤 판매한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적용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로 포터 일렉트릭 211㎞보다 길다. 전장과 전폭도 짧아 이동성이 뛰어나다.
대창모터스 '다니고_C'. 사진/대창모터스
이브이케이엠씨(EVKMC)는 다음 달 '마사다' 브랜드를 달고 중국에서 수입한 2인승 밴과 픽업트럭 등 전기 상용차 5종을 내놓는다. 중국 자동차업체 동풍소콘에서 제작한 것을 완성차로 형태로 들여와 판매한다.
다니고-C와 마사다는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00만원 중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어 포터·봉고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마사다 2인승 밴의 경우 3680만원으로 1300만~1500만원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전기트럭은 국내 완성차 기업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2020년 이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트럭이 수입되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브이케이엠씨 '마사다' 전기 트럭. 사진/이브이케이엠씨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선 상용 전기차 규모도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친환경 상용차 판매량은 16만대로, 이 중 중국이 12만6000대를 차지했다.
소형 상용차 시장에선 가격과 성능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인 만큼 올해 중국 전기 상용차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산 차량에 대한 품질과 AS 네트워크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 충전 주행거리나 여러 가지 성능 등에서 다소 미흡한 면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AS가 발생했을 때 대처 문제가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 상용차에도 전동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볼보트럭은 올해 말 국내에 대형 전기트럭을 도입하고 내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볼보트럭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만 트럭, 스카니아 등이 중대형 전기트럭을 개발·양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해 스위스 등에 수출하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