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크라이나와 울진, 원전은 안전한가?

입력 : 2022-03-11 오전 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원전단지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지난 4일에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단지 내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방사능 유출은 없었지만 아슬아슬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 울진에서는 큰 산불이 일어났다. 겨울의 긴 가뭄 끝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산불이 커졌다. 울진 원전단지 주변에는 비상이 걸렸다. 울진 원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울진 원전에서 출발하는 초고압 송전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 때문에 울진원전은 출력을 50%로 낮췄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울진 산불을 보면서 몇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공학을 하는 소위 ‘전문가’들은 원전의 설계ㆍ운영상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쟁, 테러, 재해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전은 없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원전이라는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산불에서도 보듯이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실수나 오판까지 개입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원전은 안전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가 있었지만, 그것은 처절하게 깨졌다.
 
둘째, 원전은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처리하기 힘든 폐기물을 낳는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사용하고 난 핵연료를 말한다. 이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에 임시저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전과 똑같이 위험하다.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발전소 내에 보관 중이었던 사용후핵연료가 큰 문제가 되었다.
 
셋째, 원전은 필연적으로 초고압 송전선을 낳는다. 대규모로 생산한 전기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고압 송전선 자체도 큰 위험요소이다. 전압이 높을수록 송전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났을 때, 전력계통에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충격은 송전선에 연결된 발전기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76만 5천 볼트라는 초고압 송전선까지 건설했다. 1천 킬로미터 이상 장거리 송전에나 적합한 송전선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기존의 교류 송전선 외에, 전압이 50만 볼트에 달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선(HVDC)까지 건설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송전망이 더욱 복잡하고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초고압 송전선이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끊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블랙아웃이 되는 일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산불처럼 약간의 대비할 시간이라도 있는 재난이 아니라 정말 급작스럽게 닥치는 재난이 온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원전과 그로부터 출발하는 초고압 송전선은 그 자체로 심각한 위험요인이다. 외부로부터의 공격, 테러, 재해 등으로부터 100% 안전한 원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봤듯이, 원전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안보나 안전을 생각한다면, 원전은 줄여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원전을 늘리겠다는 무책임한 주장이 난무했다.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을 백지화하고,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미 폐쇄된 월성1호기 재가동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신한울 3·4호기까지 들어서게 되면 울진에는 무려 10기의 원전이 밀집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원전이 밀집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울진의 산불은 다시 한번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없으면서 원전을 늘리는 것은 ‘화장실 없는 맨션’을 짓는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면서, 현세대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꺼내는 원전 확대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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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