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우크라발 물가 상승 우려…기업 절반 "제품 가격 인상할 것"

구매 단가 상승 전망 기업 53%, 가격 인상으로 대응 방침

입력 : 2022-03-15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제조 기업 절반 정도는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기업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 153개사 중 93.5%는 이번 사태로 원자재와 부품 구매 단가가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이 전망한 평균 원자재·부품 구매 단가 상승률은 8.1%에 달했다.
 
특히 구매 단가 상승을 전망한 기업 중 53.8%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응답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의 평균 제품 가격 인상률은 6.1%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물가 상방 리스크가 예상보다 한층 더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행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수준인 2.5%를 상회하는 3.1%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0일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당히 컸고, 그런 추세에서 물가 상방 압력은 상당히 커졌다고 본다"며 "올해 3.1% 전망도 마찬가지로, 상방 리스크가 하방 리스크보다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전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경기 호조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양호하게 이어나가고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경기 침체가 오는 현상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기름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난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죽전휴게소 주유소가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전경련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60.8%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고, 특히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 투자·교역 관계에 있는 기업 중 89.8%는 이번 사태로 인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한 기업은 그 원인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대(50.5%) △환율 변동성 상승과 자금 조달 애로(17.9%) △부품 수급 애로와 생산 차질(15.1%)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국에 대한 수출 위축(11.5%) 등으로 답변했다.
 
이들 기업 중 25.1%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응답했다. 다른 기업은 대응 방안으로 △주요 원자재·부품 선구매 또는 충분한 재고 확보(33.0%) △부품 수급 문제 해소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22.9%) △교역 위축에 대응한 대체 수출처 발굴(12.2%) 등을 제시했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현재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것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가 광범위하고 복잡하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대러 제재에 관한 내용을 기업에 신속·정확히 공유해 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대러 제재에 대한 신속한 정보 확보와 공유(30.5%) △금융 시장과 외환 시장 안정화(28.1%) △공급망 다변화 지원(19.6%) △대체 수출처 발굴 지원(16.1%)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국 현지 시설·인력에 대한 안전 확보(5.0%) 등을 지목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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