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라진다③)지방대 위기, '지역 경제 소멸'로 확산

폐교 교직원 임금체불 '수백억대' 추산
원룸 공실 늘고 지역 상권도 '썰렁'
전문가들 "타격 최소화 방안 고민해야"

입력 : 2022-04-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대학들이 문을 닫으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과 지역사회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교직원들은 임금을 체불 당한 채 길거리에 내몰렸고 지역 상인과 원룸 임대업자들은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은 모두 19곳이다. 대학 12곳, 전문대 5곳, 기타 2곳이 스스로 문을 닫거나 강제 폐교됐다.
 
학교가 폐교되면서 교수와 직원들 또한 대부분 해고됐다. 더욱 문제인 것은 상당수 학교가 재정 열악으로 문을 닫은 만큼 교직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과 교수단체 등 회원들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 후보들의 '고등교육재정 전면 국가책임제' 공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룸 '텅텅'… 식당 손님도 눈에 띄게 줄어
 
교육부는 2019년 기준 폐교 대학의 체불임금 규모가 457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추정치보다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폐교 대학 교직원들이 설립한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은 지난 20여년간 교직원 1400명이 많게는 850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 당했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올해 처음으로 '폐교 대학 청산지원 융자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폐교 대학의 청산을 지원하기 위해 114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체불임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신청할 수 없는 곳들도 있다. 지난 2월 폐교한 한려대 또한 청산이 아닌 파산 선고를 받아 대상이 아니다.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 상인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살았던 대학가 원룸은 공실률이 늘고 식당들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려대가 있는 전남 광양 덕계리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한덕안 씨(73)는 "한려대 폐교로 운영 중인 원룸의 60% 이상이 비었다"며 "남은 전문대들까지 폐교하면 이 지역 원룸은 다 쓰러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수원시 한 대학교 강의실. (사진=뉴시스)
 
일본, '정원 초과시' 지원금 중단
 
다만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음에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폐교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폐교 자산 부지와 시설을 적절히 매각해 교직원 임금체불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고, 폐교 대학 발생을 피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폐교 예측 시점부터 관련 대학,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지자체가 논의해 부지와 건물의 활용 용도를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대도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원엄격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 정원엄격화 정책에 따라 대학 규모별로 정원 초과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넘어설 경우 보조금을 줄이거나 지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사립대 정원미달 비율은 2016년 44.5%에서 2019년 33%로 개선됐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규모 대학 정원 통제가 곧 지방대 육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대규모 대학 정원을 통제하고, 지방 중소규모 대학 미충원을 완화하며 보호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진단했다.
 
지방대의 전문성을 키워 충원율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는 학생 의견도 있다. 한려대에서 모 대학교로 특별편입한 김모씨(24)는 "학생들이 지방대학교에 갈 만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며 "대학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보건이면 보건, 인문계면 인문계 등 전문분야를 만들면 보다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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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