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메타버스 테마' 보다 강력한 '쌍용차 테마'

입력 : 2022-04-13 오전 6:00:00
최성남 증권팀장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테마 재료는 메타버스(Metaverse)였다. 작년 상승률 1위와 3위는 위메이드맥스(101730)위메이드(112040)가 기록했다. 상승률은 각각 1502%, 814%로 집계됐다. P2E(돈버는게임)에 메타버스 생태계(게임내 가상화폐의 현물화)를 적용한 게임 출시로 국내증시를 뒤흔들었다. 위메이드 효과로 작년 하반기에는 메타버스·NFT가 스치기만 해도 상한가라는 이야기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상승률 2위 기업은 어디였을까. 현재 감사의견 거절에 의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에디슨EV(136510)가 주인공이다. 상승률 2위 기업의 테마 재료는 쌍용차 인수 발표였다. 에디슨EV는 지난해 1274%라는 경이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에디슨EV는 컨소시움을 구성해 쌍용차를 인수하고, 쌍용차를 전기차 기업으로 변모시켜 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작년 주가 급등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상폐 사유가 발생하면서 거래가 정지됐고, 쌍용차 채권단이 인수 잔금 미납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쌍용차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시장에선 해석하고 있다. 해당 계약 해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거래정지 직전까지도 장중 20%대 급등세를 탄 에디슨EV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피해만 남은 모습이다.
 
현재 증시에서 메타버스 테마주의 열기가 꺽인 상황이라면 쌍용차 인수전 재료는 여전히 '핫'하다. 에디슨 컨소가 떠난 자리를 쌍방울(102280) 그룹이 광림(014200) 컨소시움을 구성해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연일 상한가 행진을 기록했다. 현재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매일매일 떠도는 풍문과 뉴스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엔 광림 컨소에 인수 자금을 대주기로 했던 KB증권이 딜에서 빠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쌍방울과 광림 등 관련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 
 
'스쳐도 상한가'란 테마 열풍의 중심에 섰던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테마는 주식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고밸류에이션에 대한 정당화가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시장이 펼쳐진다는 달콤함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린 테마주라고 부른다. 쌍용차 테마도 마찬가지다. 기업회생이 필요한 적자 기업을 전기차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씌워 탈바꿈한다는 것.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기대가 테마주의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인수는 진행된 것이 없고, 주가 급등 시기에 관련 기업들은 회사 주식을 내다팔거나 특정 세력이 주가 조작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활용해 특정 세력이 주가를 올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감독당국이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이미 에디슨EV의 거래는 정지됐고, 쌍방울 그룹주 등은 주가 급등을 틈타 회사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을 팔려면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급등을 틈타 파는 세력에 대응하는 주체는 개인 투자자일 것이다. 재료를 만들어 흘리고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도 문제일테지만, 테마주로 한탕을 노리고 변동성에 뛰어든 개인 역시 올바른 투자자라고 보긴 힘들 것이다. 풍문이 만든 '일확천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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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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