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매진' 철강업계, 잇단 사망사고로 '안전' 위협

기업지배구조원, 3사 사회 부문 등급 하락 조정

입력 : 2022-04-14 오후 5:21:2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철강업계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최근 매진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무색해지고 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기업의 시설 투자 등 안전 확보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계열사 포스코는 지난 11일~12일 세계철강협회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지속 가능성 최우수 멤버'에 선정됐다. 포스코는 올해 유일한 신규 최우수 멤버다.
 
포스코는 지속가능 보고서 발간과 관련 데이터 제출 등 5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올해 ESG 전담 조직도 신설하는 등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2022년 2분기 ESG 등급 조정 요약 표.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반복적 산업재해 발생…안전 관리 미흡" 지적 
 
하지만 ESG는 포스코의 자랑이면서도 과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12일 2분기 12개사의 ESG 등급을 낮췄고, 여기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포함됐다. 연구원은 포스코의 사회(S) 부문 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종합 등급도 A+에서 A로 하락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반복적인 산업재해 발생으로 안전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해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지난 2018년~2021년 직영과 모든 관계사를 포함해 14명이다. 다만 2020년 5명이던 사망자 수는 지난해 1명으로 줄었다.
 
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001230)도 S 부문이 각각 A에서 B+, B+에서 B로 하락했다. 동국제강은 종합 등급 B+를 유지했지만, 현대제철은 A에서 B+로 떨어졌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반복된 근로자 사망 사고가 원인이었다.
 
현대제철의 사망사고는 2018년~2019년 직영 1건씩과 협력사 2건씩이 발생했고, 2020년 각각 1건으로 줄었다. 동국제강은 자체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합성천연가스(SNG) 설비 철거 현장에서 건설업체 노동자가 케이블 하역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올해 1월20일에는 포항제철소 3코크스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팀 배관 보온 작업을 하다 장입차와 충돌해 숨졌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포항제철소장 등 관계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현대제철 자회사 노동자가 포항 2공장 사내 목욕탕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의 노동시간이 6일간 72시간에 달했다면서 업무상 과로사를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는 지난달 21일 하청업체 노동자가 천장 크레인을 정비하다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목숨을 잃었다.
 
안전사고는 제재로 이어진다. 포스코는 지난해 직원 사망재해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약식명령으로 3차례 벌금을 냈다. 광양제철소 산소배관 화재 사망사고 등에 따른 고용부 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7차례 내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당진제철소 1열연 중대재해와 관련한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3차례 과태료를 냈다.
 
같은 해 동국제강은 중대재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등과 관련해 6차례 벌금이나 과태료, 개선명령 등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동국제강 포항1공장 앞에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관계자가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전, 경영 한 부분 아니라 중요하다는 인식 필요"
 
노동계는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장석원 금속노조 언론부장은 "철강 산업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장 심각한 이유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공장 시설이 낙후돼 있는데도 유지 보수가 안 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안전시설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들이 등한시하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며 "이차적으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계속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안전을 경영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지 말고,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중대재해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ESG 경영 도입 취지대로 안타까운 사고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매년 안전 분야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ESG 관점에서도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해 앞으로도 안전 중심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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