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이 달라졌다

입력 : 2022-05-09 오전 6:00:00
문재인 정부와는 확연하게 다른 중국의 외교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이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近平) 주석이 신임하는 최측근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 곧바로 싱하이밍(邢海明)중국대사를 보내 시 주석의 친서를 직접 전하면서 당선축하인사를 한 데 이은 지금껏 보이지 않던 파격적 외교행보다.
 
걸핏하면 사드(THAAD)보복 운운하면서 한국정부를 위협하는가 하면, 속국 대하듯 안하무인격 고자세를 보여 온 중국의 대한(對韓)외교행태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맞다. 북핵(北核)해법과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친중(親中)을 넘어 사대(事大)논란에도 불구하고 5년 내내 시진핑 주석의 방한(訪韓)을 요청하면서 목매달아도 코로나상황을 핑계대면서 단 한 차례도 방한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애간장을 태운 중국이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윤 당선인 취임을 축하하러 오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시 주석의 측근 중의 측근인사로 꼽힌다. 시 주석 집권 초반 5년간 정치국상무위원으로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서기 등 시 주석의 정적(政敵)들이 부패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왕 부주석의 ‘칼’에 사법처리돼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혀있다. 
 
정치 서열로는 국가부주석은 중국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왕 부주석이 직전 상무위원이자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의 취임식 파견은 파격적이자 이례적이다.
 
중국이 1992년 수교이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첸지천 부총리,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탕자쉬안 국무위원, 박근혜 대통령 때는 류옌둥 정치국위원을 보낸 것에 비하면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왕 부주석이 시 주석과 인연을 맺은 것은 문화대혁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방(下方)된 산시성 옌안 토굴에서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눴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혁명원로의 가족인 ‘태자당’이라는 정치적 연대도 두 사람을 더 가깝게 결합시켰다. 뿐만 아니라 왕 부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할 강단을 갖고 있는데다 2003년 사스사태 때 경질된 멍쉐농 베이징 시장을 대신해 대리시장으로 응급투입돼서 사스사태를 잘 마무리한 ‘특급소방수‘ 로도 평가받고 있다.   
 
2017년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67세 이하면 연임하고 68세 이상이면 은퇴한다는) 관례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 등의 공직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국가부주석으로 자리를 옮겨 정치적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왕 부주석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보낸다고 해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근본적인 인식에 변화가 있다고 착각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한국을 대해 온 중국의 외교기조는 아직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이 변한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종중(從中)에서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자 일시적인 외교기조 변화를 보인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중국은 주한중국대사를 평양주재에 비해 낮은 국장·부국장급을 파견하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는 국장급이다. 중국에 보내는 한국대사는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이나 장관급 인사다. 싱 대사가 한국에서 우리 정부의 장관급이상 고위급을 언제든지 만나고 국회의장이나 여야 정당대표들도 자유자재로 만나고 있는 반면, 주중한국대사는 중국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급의 실세는 고사하고 국무원의 차관급조차 제때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빈(國賓)방문’한 대통령이 2박3일 동안 중국에서 ‘혼밥‘하고 수행기자들이 폭행당하는 등의 충격적인 외교참사가 빚어져도 우리 정부는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원래 짝사랑은 일방적이자 집요하다는 속성이 있다. 2월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무대로 한, 한·중 및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성사에 총력전을 펼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 ‘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공공연하게 드러낼 정도로 한국을 대해 온 시 주석이다. 스스로 ’소국‘이라며 알아서 머리를 숙이는 문 대통령을 그가 대등하게 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라도 시 주석이 한국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알아서 머리를 숙이는 이웃나라에 떡 하나 더 주거나 감사해 할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   
 
문재인정부와는 달라진 보수색 강한 윤석열 정부 출범이 중국을 긴장시키고 변화시키고 있다. 한·미동맹강화와 한·미·일 협력강화는 그동안 왜곡돼 온 한·중 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을 축하하는 베이징 한국대사관 기념행사에 당시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이 참석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이 전랑(戰狼)외교(늑대외교)기조에서 벗어나 그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후리궁잉'(互利共?)의 기조를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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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