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림 퍼스트 키친, 미래 성장동력 간편식 전초기지

육수·라면·즉석밥 생산…라면 시간 당 1.8만개, 즉석밥 7000개 뽑는다
내년 말 온라인 물류센터 완공 예정…'유통과정 간소화' B2C 강화

입력 : 2022-06-05 오후 2:33:40
하림산업의 간편식 생산 공장 퍼스트 키친 전경. (사진=하림)
 
[익산=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김홍국 회장이 이끄는 하림(136480)은 지난해 연매출 1조1180억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김 회장은 육가공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정간편식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1조6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4000억원대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약 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림 역시 닭고기 사업을 기초로 해 다양한 간편식을 내놓겠다는 게 하림의 포부다. 현재 하림은 하림산업을 통해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라면, 즉석밥, 짜장면 등 다양한 간편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하림의 미래 성장동력인 가정간편식을 생산하는 전초기지 하림산업의 퍼스트 키친을 찾았다. 지난해 완공된 퍼스트 키친은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12만3429㎡(3만6500평) 규모로 들어섰다. 퍼스트 키친은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공간들이 밖으로 나가 모여 만들어진 식품 공장, 커다란 부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림식품 관계자는 “가정의 주방들은 조리보다 식사(다이닝)를 하는 공간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며 “퍼스트 키친에서 조리한 식품을 가져와 간단히 데워먹거나 식사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스트 키친은 K1(4만4116㎡), K2(3만3468㎡), K3(2만2784㎡) 공장으로 구성됐다. 퍼스트 키친은 간편식을 제조하는 시설인 만큼 위생에 신경을 썼다. 공장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위생 덧신을 신고 K1으로 이동했다. K1은 육수와 가정간편식, 육가공, 소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하림식품 관계자는 “하림에서 만들고 있는 맛있는 육수는 여러 가지 자연재료를 넣어서 20시간 푹 우려낸다”며 “MSG 등을 쓰면 짧은 시간 안에 육수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하림은 깊은 맛을 위해 정성을 택했다”고 했다.
 
하림산업의 퍼스트 키친의 K1 공장. K1공장은 육수와 가정간편식, 육가공, 소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사진=유승호 기자)
 
특히 하림산업의 퍼스트 키친은 육수의 기본이 되는 닭뼈를 인근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가져온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퍼스트 키친에서 9km 떨어져있는데 자동차로 10분정도 소요된다. 이외에도 고기, 채소, 다시마 등 각 원재료 별로 육수를 뽑아 블랜딩해 육수의 감칠맛을 구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는 갈비탕 등 국·탕·찌개류, 소고기카레덮밥 등 덮밥 소스, 삼계죽 등 죽·스프류에 쓰인다.
 
변관열 하림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중화요리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요리들의 베이스가 치킨”이라며 “9km 떨어진 하림에서 발굴한 닭 뼈 등을 신선하게 가져와서 여기에서 육수를 만든다”고 말했다.
 
육수 설비를 지나면 튀김 제품을 만드는 공정과 볶음밥을 만드는 설비가 등장한다. 이들 생산은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다만 소량 생산 제품일 경우 인력이 투입된다는 게 하림산업의 설명이다. 하림산업은 볶음밥의 맛을 위해서 무쇠 솥을 사용하고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풍미를 극대화한다. 마이야르는 음식 조리 과정에서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나는 일련의 화학 반응을 말한다. 양파를 볶을 때 색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도 마이야르 반응의 한 가지 예다.
 
K1을 지나 K2에 진입했다. K2는 면류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하림산업은 K2 공장에서 현재 건면인 더 미식 장인라면과 유탕면인 더미식 유니자장면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은 유탕면 대신 건면인 더 미식 장인라면 생산 과정을 지켜봤다. 앞서 하림은 지난해 10월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내며 더 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했다. 장인라면(봉지면·용기면)은 K2 공장에서 한 시간에 1만8000여개 정도 생산된다.
 
장인라면은 K1에서 20시간 끓여 만든 육수를 사용한다. 하림산업은 이 비법 육수를 소스라고 부른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밀가루, 전분과 반죽물, 소스를 믹싱해 25분간 반죽하고 면밀기의 과정을 진행한다”며 “7대의 롤러로 반죽을 7번 내려서 평평하게 알맞은 두께로 펴준다”고 설명했다.
 
7대의 롤러로 반죽을 7번 내려서 평평하게 만드는 장인라면. (사진=하림 더미식 유튜브 영상 캡처)
 
면이 완성되면 100℃ 이상의 고압 스팀으로 2~3분간 1차로 익힌다. 이어 익혀진 면들은 냉수 샤워를 거친다. 냉수 샤워를 하게 되면 뜨거운 면인 급수축하면서 탱글탱글한 면발이 구현된다. 냉수 샤워를 마친 면들은 건조 과정을 거친다. 하림산업은 제트노즐 공법으로 건조한다. 제트노즐 공법은 120℃ 열풍을 내는 노즐을 면에 밀착시켜서 위, 아래로 동시에 건조하는 방법이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이렇게(제트노즐 공법) 건조해야만 면이 잘 불지 않고, 좀 더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다”며 “타사에서도 건면을 만들지만 열풍만을 사용해서 면을 건조하고 있기 때문에 하림과 같은 식감을 구현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K2 공장을 지나고 K3 공장에 들어섰다. K3 공장은 하림의 야심작인 즉석밥 더 미식 밥을 생산하는 라인이다. 하림은 백미밥, 귀리쌀밥, 메밀쌀밥, 오곡밥 등 총 11가지 즉석밥을 생산중이다. 생산 캐파는 한 시간에 7000개 수준이다. 첨가물 없이 100% 국내산 쌀과 물로만 지어 밥 본연의 풍미를 살려냈다는 게 하림의 주장이다. 하림의 즉석밥 생산 공정은 쌀 투입, 쌀 준비, 살균, 물넣기, 취반, 밥포장, 뜸들임, 검사, 포장 순으로 이뤄진다.
 
K3 공장은 다른 공장과 다르게 클래스 100(Class 100) 클린룸을 적용했다. 클래스 100은 1입방 피트에 머리카락 직경 1000분의 1 크기(0.5㎛) 먼지가 100개 이하인 수준을 말한다. 대기 중에는 일반적으로 0.5㎛ 이상 크기 먼지가 300만개 정도 분포해 있다. 쌀을 용기에 담는 과정에서 쌀이 대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먼지가 없는 청정지역을 만들었다는 게 하림의 설명이다.
 
뜸들이기 과정을 거치고 있는 하림의 즉석밥 '더 미식 밥'. (사진=하림 더미식 유튜브 영상 캡처)
 
뜸들이기 과정도 차별화했다. 하림산업은 냉수를 사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고 있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타사에서도 뜸들이기 과정이 있지만 냉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부와 외부 온도 차이로 제품이 수축한다. 그래서 즉석밥 뚜껑 비닐이 쌀에 달라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하림은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고 있는데 이럴 경우 내부 온도가 서서히 변해 뚜껑과 쌀 안에 미세한 공기층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런 차별점을 바탕으로 하림산업은 올해 450억원의 즉석밥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의 10% 수준이다.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하림산업의 온라인 물류센터. (사진=유승호 기자)
 
한편 하림산업은 현재 퍼스트 키친 K1, K2, K3 공장 사이에 온라인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온라인 물류센터는 2만4061㎡ 규모로 오는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K1, K2, K3를 연결하는 브릿지가 이어지고 그 안에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퍼스트 키친에서 만들어진 식품들이 물류센터로 모이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물류센터를 활용해 별도의 유통 과정 없이 퍼스트 키친에서 생산한 식품을 바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익산=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