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유럽 출장 오른 이재용…반도체·M&A 직접 챙긴다

6개월 만에 광폭 행보…"잘 다녀오겠다" 전해
네덜란드·독일 등 방문…EUV 장비 확보 '최우선'
'목숨 건 투자' 방침…대형 M&A도 가시화 전망

입력 : 2022-06-07 오후 4:12:57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이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유럽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주요 관련 기업과 협력 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귀국 이후 삼성전자의 M&A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 출국장에서 특별한 코멘트 없이 "잘 다녀오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 프랑스 등 인접 국가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네덜란드는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이 부회장은 우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에도 피터 버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미세공정에 쓰이며 7나노 미만 선단 공정을 위한 필수재로 꼽힌다. EUV 노광장비는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는 연간 수십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ASML이 판매한 장비 대수는 42대, 2020년에는 31대에 불과했다. 경쟁업체인 대만 TSMC 등도 해당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출장은 장비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장비 수급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며 "기존 EUV 장비 보다 개선된 장비를 인텔이 먼저 도입한다고 발표가 난 상황에서 (이번 출장은) ASML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는 등 원활한 장비 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1월 2025년부터 적용할 인텔 1.8나노 공정을 위해 ASML의 차세대 EUV 노광장비 '트윈스캔 EXE:5200'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TSMC 보다 한 발 빠른 행보다. 트윈스캔 EXE:5200은 0.33 NA 플랫폼을 적용한 기존 기기에 비해 보다 정밀하고 미세한 회로도를 웨이퍼에 그릴 수 있는 장비다. 시간당 처리량은 200매 이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이번 유럽 출장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네덜란드에는 그동안 삼성의 유력 M&A 대상 후보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다. NXP는 심각한 수급난에 봉착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10억6300만 달러(약 13조9000억원)에 영업이익은 25억83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28%, 518% 폭증했다.
 
독일 인피니언 역시 M&A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인피니언은 2020년 기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3.2%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대통령실 행사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놓고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출장에서 경영 윤곽이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초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담당 조직인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보직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으로는 메모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을 주도해온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이 선임됐다.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는 남석우 DS부문 CSO 및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이, 파운드리 기술혁신팀장에는 김홍식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삼성전자 이르면 이달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만약 이 제품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현재 3배에 달하는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급격히 좁힐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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