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직 던져라"...경찰국 부활에 일선 '부글부글'

장관 취임 후 제도개선 착수…내주 발표
"치안정책관실 격상…사실상 경찰국 부활"
“독재시대 치안본부 회귀, 독립성 훼손”

입력 : 2022-06-15 오후 3:50:4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국 신설을 비롯한 경찰 통제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상민 장관 지시로 꾸려진 제도개선위는 네 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권고안을 이르면 다음 주까지 정리해 이 장관에게 보고한 뒤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제도개선위는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 경찰청장 등 고위직 추천위 구성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일선 경찰은 특히, 치안정책관실의 공식조직 격상을 사실상의 ‘경찰국’ 신설로 받아들이면서 동요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던 내무부(행안부 전신) 경찰국을 폐지한 역사적 반성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과 면담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경찰·전남경찰 직장협의회는 15일 회장단 일동 명의로 ‘행안부 경찰국 추진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행안부의 경찰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며, 과거 독재시대의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며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시민을 억압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민주경찰로서 바로 세우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찰·전남경찰 직협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 즉각 철회와 경찰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과 공안직군 편입 이행을 촉구했다. 
 
부산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이날 경찰 내부망 '소통활력소'에 <38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청장님 잔여임기가 38일 남았는데 이 기간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완성되면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용단해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의 한 경찰관도 이달 초 <경찰이 송어도 아니고 어찌 1980·1990년대 경찰로 회귀하라는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 이어 이날 “법률에 의한 행안위의 사무에도 없는 ‘치안’을 직제령으로 바꾸려는 것 자체가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행안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예고하기도 했다.
 
경남경찰 직협 회장들도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행안부 장관 소속 하에 외청으로 경찰청을 둔 법률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것은 시대적 착오”라며 “현 정부는 정치적 논리로 만들어 놓은 ‘검수완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14만 경찰의 통제 방법으로 행안부 소속 경찰국을 설치하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체 경찰의 의견이나 국민과 사회단체의 고견을 수렴하고 추진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경찰을 통제하는 기구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된다”며 “왜 경찰과 경찰위원회를 신뢰하지 못하고 졸속적인 경찰국을 설치해 감찰권과 인사, 예산권까지 행안부에 도매금으로 넘기려하는지 그 속내를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나주경찰서 직협에서는 청사 밖에 경찰국에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사진을 내부망에 공유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에 반대하는 서명부를 돌리는 등 경찰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김창룡 청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권 통제뿐만 아니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경찰법 정신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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