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금 안 사면 언제 살 건데?

입력 : 2022-06-17 오전 4:00:00
“지금 주식을 사지 못하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몇몇 주식 고수들에게 들은 말이기도 하고 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이다. 
 
얼마 전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했더니 “더 떨어지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 친구에겐 “어디까지 떨어질 지 넌 아니? 지금 안 사면 언제 살 건데?”라고 되물었다. 답은 듣지 못했다. 
 
단호하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주식투자는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아 그 차익을 얻는 투자행위다. 지금은 싼 때다.
 
싸다 비싸다를 가늠하는 수단은 밸류에이션이며 기준선은 역대 평균치다. 현재 코스피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배, 0.9배 수준으로 모두 역대 평균치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객관적으로 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시장의 평균치이며 개별기업 중에는 평균값보다 훨씬 싼 종목들도 많다. 
 
위의 친구처럼 더 떨어질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텐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더 떨어질지 얼마나 더 싸게 살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싸다고 판단되면 매수를 시작하면 된다. 한 번에 털어 넣으란 것이 아니다. 주가지수 50포인트마다 가용자금의 3분의 1 또는 5분의 1씩 투입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된다.  
 
지금 주식 들고 있는 사람 중에 크게 이익 난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대부분 손실구간이다. 하락하는 동안 팔 사람은 이미 다 팔고 떠났다. 지금 판다는 건 손실을 확정한다는 의미다. 
 
3000선 위에서 비싸게 사서 2500 아래에서 헐값에 파는 사람들은 다신 주식판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며 다짐하며 떠나지만 그중 십중팔구는 다음 강세장 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쌀 때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쌀 때 산다. 주가가 비쌀 때는 흥분되는데 정작 싸게 살 수 있을 땐 두렵기 때문이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지금 주식 매수하자니까 역발상 투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역발상 투자는, 예를 들면,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주가가 급락한 여행업체 주식을 사는 것이다. 가장 힘들 때 거꾸로 가는 투자를 한다.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중소 여행업체들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것이고 그러면 코로나가 극복된 후 살아남은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더 키울 것이라 믿고 버티는 것이다. 엄청난 적자를 내는 몇 년 동안 고행길을 함께 걷는 투자가 역발상 투자다. 
 
지금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란 메머드급 악재의 여파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이건 엄연히 경우가 다르다. 멀쩡하게 실적 잘 나오는 기업들의 주식을 싸게 사자고 말하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친구는 오래 전부터 “IMF 때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금융위기 때 이걸 샀으면 지금 돈이 얼마야” 자주 노랠 불렀다. 여러분 주위에도 그런 지인이 많을 것이다. 그분들께 되묻고 싶다. 지금 못 사는데 그런 때가 다시 온다한들 살 수 있을지? 친구는 아마 이번에도 사지 못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넘어서고 미국이 금리를 올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위험이 지속되고 하반기가 불투명하고. 악재가 쏟아진다. 주식투자에서 수많은 악재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실적과 싼 주가에서 나온다. 돈을 더 많이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가 싸다면 금상첨화다. 주식투자에서 싼 것보다 좋은 호재는 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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