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부끄러운 ‘우리의 날개’…대한항공 합병이 두렵다

치즈 한 조각에 포도는 세 알, 음료도 한 모금만
찰랑거리는 샴페인에 종류별 열대 과일 주는 외항사와 대조적
편도 300만원 넘는 비싼 항공권에 승무원 인력 갈아넣기
“누구 하나 우울증으로 나쁜 마음먹어야 끝나는 겁니까”

입력 : 2022-06-16 오후 3:05:55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우리의 날개'가 부끄럽다. 최근 300만원이 넘는 하와이발 편도 항공권을 판매하고도 ‘부실 스테이크’를 제공해 공분을 산 대한항공(003490)이 국적기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행동으로 지적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거쳐 항공업계가 기지개를 켜는 상황에서 부실한 기내식과 여전히 감축된 인원으로 서비스 대응을 하면서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용 효율화도 좋지만 대한항공으로 인해 승객 최우선을 앞세우는 항공업계의 불문율마저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인수합병이 완전히 성사되면 사실상 독점 지위를 누리게 돼 대한항공의 독선이 질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여행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대한항공의 질 낮은 기내식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객실승무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높은 업무강도를 낮춰달라고 호소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오고 있다.
 
특히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대한항공 일등석 다음으로 좌석 값이 비싼 프레스티지석에 제공되는 기내식이 비즈니스석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 후기. 왼쪽은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을 이용한 승객이 제공받은 치즈 몇 조각과 포도 세알. 오른쪽은 아랍에미레이트 비즈니스석 이용시 제공하는 비프안심스테이크. 16일 기준 8~9월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하는 파리행 왕복 항공권은 769만원이다. (사진=카페 갈무리/독자 제공)
 
지난 4월 인천에서 출발 파리로 가는 비행기로 대한항공의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한 한 승객은 “스테이크는 이번 이슈된 것보다는 크기가 조금 커 보이지만 역시 치즈도 한 조각씩, 포도알은 세 알 서빙 받았다”고 했다.
 
이 승객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와 태국 비행 때도 대한항공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는데, 당시 “일회용기에 음식을 받았으며 또 같은 메뉴였다”고 했다.
 
이는 외항사 아랍에미레이트가 비즈니스석에 제공하는 기내식과 대조적이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를 이용한 한 승객이 커뮤니티에 올린 기내식에는 샴페인이 넘치기 직전까지 채워져 있고, 과일도 열대 과일이 종류별로 제공됐다. 스테이크 크기도 논란이 됐던 대한항공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두툼하다.
 
대한항공의 기내식 질 저하는 회사가 기내식 사업을 매각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랍에미레이트 비즈니스석 이용시 제공되는 주류와 과일들. (사진=독자 제공)
 
지난 2020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대한항공은 채권단에 약속한 2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알짜배기 사업인 기내면세 사업과 기내식 사업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승인을 유럽에서 안 해줬으면 좋겠다”, “항공권 가격은 두 세배 올려 받으면서 정작 기내식조차 저지경이니 합병돼서 독점되면 차디찬 빵에 음료 한 잔으로 퉁 치고도 남을 것 같네요”라는 댓글도 달렸다.
 
여기에 객실승무원의 높은 업무강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진은 눈과 귀를 모두 닫은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관계자가 16일 오전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객실승무원 인력을 보강하라는 등의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라 기내 서비스가 간소화됨으로 또다시 인원 감축이 이뤄졌고, 현재 대부분 기내 서비스가 원상회복 됐음에도 감축된 인원으로 비행 중”이라며 “예약 승객에 따라 비행기에 탑승하는 객실승무원의 수를 조절하는데 사전에 계획 없이 스케줄 변동이 자주 일어나고, 또 탑승객 수가 갑작스레 늘어나도 추가 인력 없이 출발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며 회사에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19년부터 회사가 객실승무원 인력을 줄여오고 있다”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국제선 증편과 코로나19 규제가 점차 풀리면서 여행객 수요가 늘어 예약율도 높아지는데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무원 인원은 전혀 늘지 않고, 감축된 인원으로 10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2018년엔 객실승무원 6명이 일반석 151명의 승객을 케어 했다면, 지금은 동일하나 6명의 승무원이 일반석 탑승객 252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승객은 100명 늘었지만 일하는 승무원은 늘지 않아 노동강도가 더 세진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객실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장거리 비행 가는데 전날 너무 가기 싫고 무서워서 우셨다는 분도 봤고,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 돼 가족들한테 예민하게 굴었다는 분들, 본인 감정 감당 못하겠다는 분들, 전날 너무 겁나고 부담돼 잠못잤다는 분들 태반입니다. (중략) 이러다 누구하나 우울증으로 나쁜 마음먹어야 끝나는 겁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이날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객실승무원 인력을 보강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유일한 대안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여객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월별 비행근무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면서도 "5월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 정상화를 진행 중이나 해외 현지 방역 정책 등에 따라 기내식 및 물품 등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발생해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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