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략 다시 짠다…'비상경영' 확산

('R의 공포' 엄습②)삼성, LG, SK 잇따라 경영전략회의
공급망 불안, 원자재가격 급등 '경영위기' 직면

입력 : 2022-07-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신태현·오세은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발 초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한 'R(Recession·침체)' 공포가 엄습하면서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한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사업장 등에서 모바일경험(MX) 사업부를 시작으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 전략과 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전략협의회는 해마다 상·하반기에 두 차례 열렸으나 2019년부터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하반기에 한 차례만 개최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4년 만에 상반기 회의를 연 것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은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소비심리 위축 및 제품 판매 부진, 금융시장 불안 등이 겹치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시장 급변에 따른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도 지난달 23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 5월 30일부터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하는 '상반기 전략보고회'도 진행하고 있다.
 
SK(034730)그룹은 지난달 17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이는 확대경영회의를 가졌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경영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SK 경영시스템 2.0'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딥체인지(Deep Change)' 모토 아래 비즈니스 혁신과 '더블보텀라인(DBL,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증대하는 SK 경영원칙)'을 경영요소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지만 최 회장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파이낸셜 스토리를 잘 구성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7월 중 한국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 및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할 예정이다. 포스코(005490)그룹 역시 최정우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경영회의를 이달 개최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우리 기업들이 미래 경영전략 방향을 바꿔야 할 순간이 왔다"며 "자본재, 중간재, 부품 소재 가격이 워낙 상승하다보니 공급망 불안 해소가 기업들에게 가장 큰 현안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 전체적으로 경기침체가 올 것 같다"며 "대기업들은 글로벌 전략을 다 세우겠지만 특히 침체가 왔을 때 공급처나 중간재 등을 어떻게 조달할 건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외여건 악화로 국내 대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투자활동은 상반기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비 투자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답변이 28.0%에 달해 확대 응답(16.0%)보다 12%p 많았다.
 
투자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과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를 가장 많이 꼽았다.
 
 
황준익·신태현·오세은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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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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