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회생 불능” 대우조선 출구 안 보인다

적자 누적, 원자재가 상승, 러시아 리스크 삼중고
하청 파업 40일 간 3000억원 가까이 손해
사내 협력업체들 상경해 “공권력 투입” 주장

입력 : 2022-07-11 오후 4:07:2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지속된 적자와 원자재가 상승, 러시아 리스크 등 삼중고에 허덕이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하청 노동자 파업으로 수천억원대 손실이 이어지자 사측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직원은 호소문을 배포하는 등 비상경영 총력전에 돌입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지회) 도크 점거 40일째를 맞아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박두선 사장은 6일 24시간 비상체제 가동을 선포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삼주’의 진민용 대표가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일부 조합원 파업 영향으로 이달 회사 문을 닫게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날 오전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을 살려달라”며 호소문을 배포했다. 이들은 “수년에 걸친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 매출은 최대 3분의1로 감소했고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 지 약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여기에 원자재가 상승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 프로젝트의 계약 해지 등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수주가 늘었지만 거통고 지회가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내세우며 도크를 점거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국가 경제 활성화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도 폈다. 거통고 지회는 사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지금은 그 피해가 대우조선해양에 국한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전체 조선업으로 확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를 포함한 채권단 지원과 직원,  협력사 등의 희생으로 살아남았고 이제 회생과 경영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불법 파업으로 6월에만 28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파업이 계속될 경우 하루마다 매출 감소 260억원, 고정비 손실 60억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핵심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는 하청지회를 해산시켜달라”며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대외 신뢰도 하락 및 천문학적 손실 등 대우조선해양은 회생 불능이 될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협력사들도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며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을 호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업체 협의회는 이날 오후 상경해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공권력 투입을 촉구했다. 협력업체 협의회는 “생산에 전념해야 할 저희 협력회사들은 직접적인 영향으로 폐업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에 따르면 거통고 하청지회가 본격 파업을 시작한 지난해 사내 협력업체 5개사가 폐업했고 올해 6월 3개사, 이달 4개사가 폐업중이다.
 
이날 집회에는 폐업을 앞둔 사내협력사 대표의 삭발식도 있었다. 협력사 ‘삼주’의 진민용 대표는 삭발을 마치고 “조선하청지회로부터 작업장 입구를 봉쇄 당했고 현장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은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협박 전화를 받고 결국 협박을 감당하지 못하고 종업원들은 출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울먹였다.
 
이어 “불법파업에 남은 것이라고는 많은 부채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뿐”이라며 “지금껏 저희 사내협력사 대표 일동은 수차례 고용노동부 와 경찰청에 건의했지만 그 어느 기관도 ‘공정과 상식’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도 12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다. 총파업 예정 날짜는 이달 20일이다. 금속노조는 “다음주까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거제와 연결하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금속노조는 사조직의 폭력이 있었고 사측에 의해 묵인됐다는 주장도 폈다. 사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7547억원으로 2016년 이후 5년만에 연간 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3년간 저조한 수주로 인한 매출 급감과 강재 등 자재 가격의 급상승으로 약 1조3000억원 상당의 공사손실충당금 등을 반영한 결과였다. 올해 1분기도 공사손실충당금 4000억원을 반영해 영업손실 4701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547%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선사의 중도금 미납을 이유로 LNG 쇄빙선 세 척 중 한 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때문에 공사 수주 규모는 기존 1조137억원에서 6758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러시아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값 협상도 동결과 상승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하고 있다.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4일 1톤당 113.1 달러에서 이달 1일 120.97 달러로 올랐다가 8일 112.18 달러를 기록하며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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