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공백' 역대 정부 최장…규제개혁 역할도 '안갯속'

위원장 임명 지연 기간, 역대 정부 최장 기록
송옥렬 후보자 자진 사퇴 후 공백 장기화
"경제 정책 큰 축이 사실상 정상 기능 못해"
새정부 규제 완화, 규제개혁 작업 배제 우려
직원 평가 좋고 새정부 정책 기조 이끌 OB도 방법

입력 : 2022-07-12 오후 4:18:32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자 성희롱 논란 등으로 지명 6일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공정거래위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지연기간이 역대 정부 중 최장으로 공정 경쟁 정책의 큰 축이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심이 팽배하다.
 
특히 불공정 기업의 제재 기능뿐만 아닌 기업에게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걷어내는 규제개혁 작업의 기능도 있는 만큼, 규제개혁위원회 구성 및 업무에 공정당국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반면, 경제의 기본 질서를 담당하는 역할로 빠른 임명보단 기본적인 식견이나 전문성이 있는 위원장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12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역대 정부 중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이 가장 늦어지고 있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64일째가 지난 상황이다. 역대 정부를 보면, 두 달 넘게 공정위원장이 임명되지 않는 사례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출범 일주일만에 지명했고 한 달뒤에 김상조 위원장을 임명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취임 17일 만인 2013년 3월 14일 한만수 후보자를 지명했다. 한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3월 30일 노대래 후보자를 지명, 4월 21일 취임했다. 대통령 취임 두 달이 지나기 전에 임명된 경우다.
 
공정거래위원회 수장 임명이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어지면서 공정위 안팎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자진사퇴로 공정위원장 인사가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기때문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언론 하마평에 오른 인물만 10여명이 넘는다. 하지만 다시 시계제로 상태로 누가 될 지 우리도 너무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공정위 고위직 관계자는 "고시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보면 법조인 출신 학자로서 훌륭하다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정책 동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봤지만 과거 일이 불거질 줄 몰랐다"며 "전문성을 겸비한 공정인이면 누구든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내부에서 인사가 미뤄지면서 불만을 표하는 직원도 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좋은 분이 오실거라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임명이 늦어지면서 공정위 안팎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공정위는 독립기관의 성격상 공정거래법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외부에서 찾기 보단 전문성이 이미 검증된 올드보이(OB) 중 발탁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 등 다른 부처처럼 소속 부처 선배들이 장관으로 돌아오는 것이 조직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부 출신이 장관으로 오면 실무를 잘 이해하니 직원들 신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새정부의 정책 기조도 그만큼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성욱 위원장이 계시지만 사실상 공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공정위 사건 처리가 적체되고 지연되는 게 문제가 될 거고 공정위 내부 인사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정책의 큰 줄기가 규제 완화인데 공정위 본연의 업무가 자유로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기업이 불필요한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는 규제완화가 주창될 때 공정위가 전면에 나섰고 규제개혁위원회도 멤버 구성이나 업무 등에서 공정위 목소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그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정책의 큰 축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정위로서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존재 이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순히 공정위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 방향 전체에 차질을 미칠 수 있으니 위원장이 빨리 임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부장은 "송옥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며 "공백이 너무 길어지면 안되겠지만, 경제의 기본 질서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므로 빨리 임명하는 것보다는 공정위의 기본적인 식견이나 전문성이 있는 분이 위원장을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역대 정부 중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이 가장 늦어지고 있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64일째가 지난 상황이다. 사진은 공정위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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