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 포스코, ESG 사회책임 '빨간불'

사회책임 부문 ‘A+ → A → B+’ 2분기 연속 하락
세계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최우수 멤버’ 선정
중소기업 ESG 지원 발표 후 성윤리위반 도마에

입력 : 2022-07-13 오후 4:37:1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기업시민’을 내세우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 힘써온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가 2분기 연속 사회책임(S) 등급 하락으로 체면을 구겼다.
 
철강사 포스코가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인정받고 중소기업 ESG 지원에 나섰지만, 사내 성윤리 위반과 대처 과정에서 잡음을 남겼다. 포스코는 임직원 교육 강화와 엄정 대응 기조를 내세우며 사회책임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전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3분기 ESG 등급 조정에서 S 부분이 하락했다. 지난 4월 2분기 조정 때 기존 A+에서 A로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A에서 B+로 연속 하락했다. 종합등급은 2분기 때 A+에서 한 단계 떨어진 뒤 A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G)는 전 분기와 같은 A+인데 가중치가 가장 높아 종합등급이 내려가지 않았다. 환경(E)도 A로 변화가 없었다.
 
KCGS는 이번 등급 조정 사유로 '근로자 인권 침해'를 들었다. 포항제철소 성폭행·추행 사건 발생이 쟁점이었다. 앞서 2분기 때는 산업재해 반복에 따른 안전 관리 미흡이 등급 하락 근거였다. KCGS 관계자는 “포스코의 소명 자료를 전부 받고 징계 수준도 검토해 (사회책임 등급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최우수 멤버(Sustainability Champion) 인증패를 들고 있다. (사진=포스코)
 
 
앞서 포스코는 여직원이 상사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의 관련자 두 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관리 책임을 물어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징계 대상에는 김학동 부회장과 생산기술본부장, 포항제철소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의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직권조사 하고 있다.
 
하지만 임원 중 다섯 명은 경고나 감봉에 그쳤다고 알려져 징계 수준이 낮다는 비판이 일었다. 포스코는 "징계 내용은 개인 정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그룹 전반의 사업 경쟁력은 철강이 좌우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그룹 매출액 기준 철강 부문이 54%로 가장 많다.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도 철강 부문이 88%로 절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는데 주요 원인은 철강 사업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이었다.
 
이 때문에 그룹 ESG에서 철강사 포스코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 KCGS 관계자는 “(철강사) 포스코는 비상장법인으로 분류돼 있는데 포스코홀딩스에 주는 영향도가 가장 높은 법인이다 보니 등급조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성윤리 위반을 계기로 임원 징계가 도마에 올랐는데, 지난해 사내 윤리평가 결과에서 임원 점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최근 펴낸 '2021 포스코 기업시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직책자 윤리평가에서 임원 점수가 92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장장·리더가 94점, 부장·그룹장과 파트장이 93점이었다.
 
포스코는 보고서에서 "(설문조사의) '임원윤리세션'을 통해 포스코 및 그룹사 실장급 임원 218명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개개인에게 피드백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지원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괴롭힘, 성희롱, 갑질 등 인간존중 위반 및 비윤리 행위에 대한 리스크가 감지된 직책자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및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는 인사부서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연초부터 ESG 성과를 발표해왔다. 지난 1월 철강사 가운데 세계 최초로 ESG 글로벌 협의체인 VBA에 가입했다. 이곳은 ESG 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는 표준 개발을 목표로 2019년 출범했다.
 
이후 포스코그룹은 ESG 경영에 기반한 ‘리얼밸류’를 새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3월 ‘그룹 ESG 협의회’ 첫 회의에서 “기업시민과 ESG경영을 기반으로 포스코그룹의 리얼밸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리얼밸류 경영이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정체성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분기 들어서는 세계 무대에서 ESG를 인정받았다. 포스코는 4월 세계 철강협회에서 ‘지속 가능성 최우수 멤버’에 선정됐다.
 
지난달 철의날에는 현대제철, 한국철강협회, IBK기업은행과 1500억원 규모 ‘철강 ESG 상생펀드’ 조성 업무협약을 맺고 중견·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에 나섰다.
 
정작 포스코홀딩스 ESG 등급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합대책을 만들어 직원 존중 조직문화를 정착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성 비위 발생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한 ‘선 인사조치, 후 조사 룰’을 적용하고 모든 성윤리 관련 비위에 대해 관련자는 물론 관리자의 책임도 엄중히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가치 측정 방법론을 철강업의 글로벌 표준 모델로 삼고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 의무화에도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KCGS의 다음 ESG 등급조정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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