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중국 수출경쟁력 약화…전자·정유 '예의주시'

(탈중국 기조 산업계 득실①)국내 산업계, 중국서 '고전 중'
국산 메모리 반도체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5년새 7.4%p 급감
석유제품 수출 '반토막'…중국 자급률 증가에 석화도 '흐림'

입력 : 2022-07-25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미·중 무역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산업계에서도 '탈중국'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 등을 미뤄보면 윤석열정부의 정책 기조가 '중국보다 미국'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반도체 업종을 비롯해 전자, 정유 등의 분야에서는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수출입에서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무역량의 분산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10대 품목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중국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했던 반도체의 부진이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4.9%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7년 52.3%에서 5년 새 7.4%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또 2017년 중국 수입 시장에서 11.5%의 점유율을 보유했던 한국 비메모리 반도체도 2021년 2.1%포인트 감소한 9.5%를 기록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사업 규모도 줄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005930)의 중국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78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년 전인 2013년 6만316명과 비교하면 4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선전 통신 공장, 같은 해 12월 톈진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9년에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였던 후이저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2020년 7월에는 쑤저우 PC 생산 설비를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현지에 진출한 세트(완성품) 업체의 부진은 어쩔 수 없지만, 반도체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 공략을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은 반도체 최대 수요처로 전 세계 최대 전자 제품 조립 공장"이라면서 "중국에 조립 공장이 있는 한 국내 기업들이 공급을 늦출 수는 없으며, 사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업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파라-크실렌의 중국 점유율은 2017년 45.6%에서 2021년 38.7%로 6.9%포인트 줄어든 상황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이 고도로 성장하다 보니 자급률이 10년째 80%에 머무르며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폴리에스터 섬유나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TPA(테레프탈산)는 자급화를 달성했으나, TPA의 원료인 파라-크실렌은 여전히 모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자급률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어 우리 산업 자체적으로도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꾸준히 낮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유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기준 중국에 경유 등 석유 제품 수출량은 2133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전체 석유 제품 수출량(1억9771만 배럴)의 10%를 차지한다. 지난해 20%에 달했던 비중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중국은 국내 업체들에 최대 수출 시장이며, 지난해까지 십수년간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 1위로 정유 산업 수출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해 왔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 부과한 석유 제품 관세와 올해 상하이 봉쇄 등으로 중국 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유는 생산이 국내 소비 물량보다 많기 때문에 중국이 막히면 다른 곳으로 수출해야 하는 업종"이라며 "앞으로 중국이 정유 설비를 더 확충한다면 국내 정유사 경쟁력이 현지에서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도 대중국 전략 변화 검토에 나섰다. 사실상 유일한 토종 기업인 현대차(005380)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3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5000대에서 60.9%가 줄었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5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향후 현대차 전용 전기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판매량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현지 전문가를 영입하고, 최대한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대중국 전략 수립 시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즉각적인 '탈중국'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모든 경제 정책이 탈중국 정책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며 "기업들이 그간 대중국 수출 비중을 지속해서 높여 왔던 상황에서 갑자기 전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추면서 사업 영역에 맞춰서 정부와의 공조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신태현·표진수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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