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표준계약서·약정서로 연착륙 시켜야"

중기정책학회,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 개최

입력 : 2022-08-09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앞두고, 계약 당사자간 원자재가 변동으로 인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계약서와 표준약정서 등을 제공해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다.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중소기업계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을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용역을 통해 도출된 표준약정서에 기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30여 개사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9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상생협력포럼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에서 "원자재 변동에 따라 각 위험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계약조항으로 편입해, 양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품 대금 연동제가 연착륙 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표준약정서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 정보 및 데이터 제공 등 제도적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계약당사자의 협의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에 관한 사항을 계약에 편입해, 자율적 상생 협력 환경을 조성하고, 예기치 못한 비용분담이 거래상 협상력 차이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계약당사자들이 대등한 교섭력을 가져야 일방적 결정이 아닌 '진정한 합의'가 이루어져 계약 내용의 적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송창석 숭실대 교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체를 두고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위탁기업이 납품 대금 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면서 "특히, 위탁기업이 대기업인 경우 협상력 불균형으로 인해 위탁기업의 주장이 힘을 얻으며 수탁기업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상생 협력, 공정거래감시, 일부 법제화 등을 통해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자재가격 급등 상황에서 납품가격조정 규칙을 명확하게 해, 제도의 모호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운영하는 포스코(005490)의 사례도 소개됐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경질유를 시작으로 납품단가 연동제의 대상 품목을 확대해 왔다. 현재 총 22개 품목을 대상으로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 품목의 연간 구매 규모는 5900억원에 이르며, 전체 자재구매 수준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조은구 포스코 상무는  "포스코는 대-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03년도부터 선제적으로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약관에 반영해 원료, 설비, 자재 등 전 구매품목을 대상으로 단가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원가에서 원자재의 비중이 큰 품목은 특별약관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정희 중앙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영호 백석대 교수,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 임채운 서강대 교수, 정기환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관이 참여해 납품단가 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납품을 받는 대기업 사이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어 중소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있으므로, 별도의 요청이나 협의 없이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환익 전경련 상무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에 대한 규제로 담합을 조장하고, 시장경제의 근본 가치인 계약을 무효료 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서 법제화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축사로 나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고 합리적 방안에 대한 숙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염원하는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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