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급한 불 끄고 남은 갈등 ‘활활’

이르면 이번주 하청 노조에 470억원 손배소
하청 노조 “노동권 포기하게 하는 자본의 무기”
고용 승계도 난항…합의서에 의무 대신 ’노력’ 명시

입력 : 2022-08-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하청 노조 파업 종료 한 달 뒤 손해배상 소송 절차를 밟으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이번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한다. 청구 규모는 약 470억원이다. 집행부에만 청구할 지, 조합원 전체를 상대할 지는 검토중이다.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갈등 타결 직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병원에 이송된 뒤, 그가 옥쇄농성했던 0.3평짜리 철제 감옥 등 농성장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앞서 거통고지회는 1도크 점거 51일만인 지난달 22일 하청 사측과 교섭을 마치고 파업을 끝냈다. 대우조선해양은 1도크 점거로 약 8000억원 손해를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청구액 산정 근거에 대해 “불필요하게 지출한 비용과 공정이 늦어진 데 따른 손해 등 지금 명확하게 나온 손실액에 대해서만 산정했다”며 “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 등은 실제 선박 인도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거통고지회는 사측의 소송이 노동조합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김춘택 거통고지회 대외협력실장은 “파업 노동자에게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은 경제적 피해회복이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포기하게 하는 자본의 무기로 사용되어 왔는데, 이번 대우조선해양이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는 “‘부르는게 값’이고 ‘아니면 말고’ 식인 것은 8000억원이나 500억원이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함께 힘을 모아,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손배소 금지법(노란봉투법)이 올해 안에 꼭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 노동자가 수백억원 배상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주주와 소액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데 ‘못 받을 것 같으니 소송 안 하기로 했다’고 말 할 명분이 없다”고 답했다.
 
소송은 파업의 정당성과 1도크 점거의 위법성 여부, 회사 손실에 대한 조합원 책임 범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2부(재판장 한경근)는 지난달 15일 사측이 유최안 거통고지회 부지회장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1도크 퇴거 불응시 사측에 1일당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1도크 점거에 대해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관련 법령에 정한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다만 ‘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처럼 광범위한 청구는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거통고지회 조합원들의 고용 승계 문제도 해결이 요원하다. 파업 기간 문 닫은 하청 업체에서 다른 업체로 옮겨간 인원은 47명 중 5명에 불과하다. 현재 김형수 지회장과 강인석 부회장이 각각 여의도 국회 앞과 옥포 조선소에서 단식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파업 종료 한 달이 되도록 대부분 고용승계가 안 돼 위기감을 느낀다며 단식에 나섰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 측은 합의문에 적힌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대로 고용 승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청 노조에서도 고민이 깊다. 고용 승계 대상 기업의 대표들은 합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지금 대표가 바뀌는 과정인데, 이들이 합의 과정에서 대표로 있던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 사람들이 (거통고지회 조합원을) 받을 수 있게끔 만나고 설득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에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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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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