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셀프수리' 범위 확대 조짐…국내 도입은 언제?

미국 이어 유럽도…EU, 수리용 예비 부품 제공 규정 발의
업계 "국내와 사정 달라"…정치권, 법안 발의 등 도입 추진

입력 : 2022-09-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자업계 내 셀프수리(self-reapir)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서구 시장을 중심으로 이같은 논의가 지속되면서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내 도입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난 31일 스마트폰 제품 판매 시 수리용 예비 부품을 필수로 제공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규정을 발의했다.
 
해당 규정에는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 된 날로부터 최소 5년 동안 최소 15개의 다른 구성 부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배터리는 용량의 83% 미만으로 저하되지 않고 최소 500회 완전 충전을 견뎌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EC는 오는 4분기 해당 규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는 각각의 업체들의 셀프수리 서비스가 시작됐다. 먼저 애플은 지난달 말 북미에서 셀프 수리 가능 범위를 맥(Mac) 등 노트북까지 확대 적용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자가 수리를 처음 지원하기 시작한 바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셀프 수리 서비스는 지난해 7월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비자가 수리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본격화됐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제조사가 스마트폰 수리 시장을 독점하면서 소비자의 권리가 크게 축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수리비 자체가 비싸고 신제품 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1 울트라 부품과 수리 도구. (사진=아이픽스잇 캡쳐)
 
삼성전자(005930)도 애플에 이어 북미 시장 자가 수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지난달 초부터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부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 익스피리언스 매장이나 스마트폰 수리 업체인 아이픽스잇에서 필요한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일례로 갤럭시S21 모델의 액정과 배터리 금액은 22만원, 배터리 단일 품목은 9만원이다. 해당 비용을 지불하면 사용자 스스로 교체 가능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이어 갤럭시북, 오딧세이 등 노트북 제품의 자가 수리 지원과 유럽 시장에서의 자가 수리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셀프수리에 앞장서자 경쟁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066570)도 노트북 등의 제품에 자가 수리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자가 수리의 국내 도입을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국내의 경우 해외 대비 AS센터가 전국에 촘촘히 배치돼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78개의 서비스센터를 비롯해 B2B 전문센터와 이동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는 120여곳의 AS센터를 두고 있다. 애플도 자체 애플스토어를 비롯해 위니에아이드 등을 통한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친환경·재생 등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자가수리 서비스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전자·가전제품의 수리용 부품 보유 의무를 확대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고쳐 쓸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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