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높은 원자잿값·글로벌 경기 둔화…"당분간 무역적자 불가피"

수입단가 상승, 중국 경기 부진으로 무역수지 악화
유가 10달러 하락 시 무역수지 90억 달러 개선 가능
경상수지는 흑자 예상…"제조업 기반 수출 경쟁력 강화해야"

입력 : 2022-09-06 오후 2:37:1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높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의 본격화로 당분간 적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반면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투자 여건 개선,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6일 발간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당분간 무역수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라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는 금년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적자 기조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566억7000만 달러, 수입은 28.2% 늘어난 66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다.
 
윤용준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최근의 무역적자는 원자재 수입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이라며 "또 정보통신(IT), 자동차, 선박 등 주력 품목 수출은 글로벌 경기와 동행하지만, 친환경 및 디지털화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연간 평균 10달러 하락 시 무역수지는 직접적으로 연간 90억 달러 내외의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증가 등으로 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차장은 "무역적자 지속에도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월별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은이 무역수지 변동에 대한 기여도를 수출입 단가와 물량으로 분해한 결과,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대부분 수입단가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수출 물량 둔화도 일부 작용했다.
 
올해 1~8월 중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454억 달러 감소했는데, 이 중 단가요인으로 472억 달러 감소하고 물량요인으로는 18억 달러 개선됐다.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정도(-867억 달러)가 수출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폭(395억 달러)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올 들어 수출 물량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165억달러)가 지난해(372억달러)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 454억 달러 중 에너지·석유제품(정유)의 단가요인(-353억 달러)은 78%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단가요인으로, 대 중국은 물량요인(수출 둔화, 수입 확대)으로 악화됐다.
 
일부 주력 품목의 수출 둔화, 해외 생산 확대 및 수입 구조 변화 등도 무역적자의 구조적 요인이 됐다.
 
과거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플레이·선박·자동차 수출이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과거 고유가 시기(2011∼2013년)와 달리 에너지·광물 부문에서의 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디스플레이가 해외 생산,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자동차도 해외 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정체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품목의 해외 생산 확대도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 해외 생산(매출 기준)은 2010년 2150억 달러에서 2019년 3680억 달러로 1.7배 증가했고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약화되지만 가공·중계무역이 증가하고 해외 투자에서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에서는 영향이 일부 상쇄됐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참여 확대로 생산 구조상 중간재 수입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확대 시 순수출 증대효과가 축소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IT·기계장비·전기장비 등에서 중간투입재중 수입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IT 부문의 생산·투자 확대로 반도체 제조장비, 이차전지 관련 수입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석유류 제외 총수입이 자본재를 중심으로 장기 추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기계류 중 반도체 장비 수입 비중은 2017~2018년 평균 31.6%에서 지난해 37.3%로 상승했다.
 
윤 차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교역여건 상 주력 산업의 해외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투자 여건 개선,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6일 발간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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