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억

입력 : 2022-09-28 오전 6:00:00
방탄소년단이 다음 달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방탄소년단이 공식 홍보대사로서 진행하는 활동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도 기자는 솔직히 팬이라고는 할 수 없는 터라 그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같은 날 해운대구에서 예정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교통과 숙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직접 경험하게 됐다. 
 
지난주 정부 유치위원회가 공연에 드는 비용과 관련해 주요 대기업에 협찬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접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했다는 메일에 따르면 스폰서십 참여와 지원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보도의 내용대로라면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그것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인해 그것이 지닌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가 보도 다음 날 입장문을 내면서 이 논란은 어느 정도 진화됐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이제는 사라진 구태인 줄 믿고 있었다. 이전 정부에서 발생했던 국정농단 사건은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모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대의 출연금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 드러나면서 수사로 이어졌고, 두 재단을 설립한 비선 실세까지 모두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관련해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과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팬이 아닌 입장에서도 불편하다.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국정농단의 주요 수혜자였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억이 이번 보도를 보고 다시 떠올랐다. 해당 보도의 인터뷰에서 한 국회의원은 "기업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전근대적이고 퇴행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국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 중 대부분이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도 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외 진출 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93.5%는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6%에 그쳤다. 각종 규제 또는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해당 조사의 의도를 논하는 것을 떠나 현재 국내의 여건이 국외에 있는 기업이 돌아올 계획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비슷한 항목의 또 다른 조사에서 국외 진출 기업들은 이번 조사와는 달리 60% 정도가 국내 복귀를 검토 중이거나 향후에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현재 국내 복귀를 고려 중이란 답변은 27.8%, 정부 지원과 국내 경영 환경이 개선되면 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은 29.2%였다.
 
비록 조사 주체와 조사 대상 규모가 다르지만, 국외 진출 기업들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새 국내 복귀에 대해 대체적인 긍정에서 대부분 회의적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기대와 달리 제도적인 지원은커녕 기업을 동원의 대상으로 본다면 국외는 물론 국내에 있는 기업도 점점 경영 환경을 부정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정해훈 재계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