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수소경제 가치사슬 구축 ‘속도’

생산-저장-운송 아우르는 가치사슬 확보에 전력
효성, 액화수소 생산량 늘리고 탄소섬유로 저장·운송

입력 : 2022-09-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효성(004800)코오롱(002020) 등 주요 그룹이 수소 산업 가치사슬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세계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청정 에너지 사업을 지속 가능한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수소는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천연가스의 3배, 휘발유의 4배다. 수소연료전지의 발전 효율은 47%로 화력(35%)과 태양광(17%)보다 높다. 반면 소량의 물과 질소산화물만 배출돼 환경 부담이 적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수소 전문 전시회 H2 MEET에서 효성티앤씨가 국내 기업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 수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효성티앤씨)
 
이에 효성은 생산-저장-운송-공급-사용으로 이어지는 액화수소 경제 가치사슬 구축에 계열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부피를  800분의1로 줄여 저장과 운송이 쉽다.
 
효성중공업은 울산·전남·경북에서 액체수소 생산·저장·운송 기반을 세우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경북 울진군과 원자력 청정수소 산업 육성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효성중공업은 울진 원자력 발전으로 나온 전기와 열로 생산한 대규모 청정 수소 유통·활용을 위해 울진 지역에 수소 액화 플랜트를 세운다. 액체수소 저장·운송 트레일러, 액체수소 공급용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고 액체수소 충전소 구축·운영 등을 추진한다. 1월에는 전남도에서 해상 풍력 발전과 수전해를 통한 그린 액화수소 생산에 1조원을 투자하는 MOU를 맺었다.
 
독일 린데 그룹과 합작해 울산 용연공장 내 3만㎡ 부지에 액화수소공장도 세우고 있다. 본격 가동 시기는 2023년으로 연산 규모는 1만3000톤(t)이다. 효성중공업 측은 “울산·광양·거제·경산 네 개 지역에 액체수소 충전소 설립을 시작으로 대형 액체수소 충전소 건립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소 저장과 운송은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로 기여한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4분의1 무게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수소연료용 고압용기와 수소 운송용 튜브 트레일러에 장착되는 수소연료 용기 보강재에 적용된다. 탱크 중량을 줄이고 사고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공장 3차 증설이 내년 4월 완료되면 총 생산능력이 연간 9000t 규모로 확대된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국내 기업 최초 독자기술로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너는 연료탱크 내부 용기다.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막는 데 필요한 부품이다.
 
수소충전소 사업도 있다. 5월 기준 전국 수소 충전소 104개 가운데 효성중공업이 23개소를 보급했다. 효성은 내년 액화수소플랜트 완공 시기에 맞춰 울산에 첫 액화수소 충전소를 세우고 전국 3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 수소 사업에 2030년까지 약 2조원 자금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사진=이범종 기자)
 
코오롱도 수소연료전지 중심이던 사업 분야를 확대 재편해 청정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전력 생산을 아우르는 ‘코오롱 H2 플랫폼’을 만든다. 수소 생산분야는 국내 풍력발전을 맡은 코오롱글로벌과 협업한다. 풍력발전은 특성상 야간·유휴전력이 발생하는데 이를 활용해 물을 전기 분해하는 수전해방식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수소 생산 주요 기반은 경주와 태백 풍력단지, 현재 추진하는 완도 해상풍력단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 모빌리티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수소연료전지의 수분제어장치, 전해질막(PEM), 막전극접합체(MEA)를 통해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전기를 잘 생성할 수 있게 내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PEM은 수소연료전지의 4대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수소이온만 통과시키는 선택적 투과 기능을 한다. MEA는 PEM과 전극을 결합한 핵심 부품이다. 수소 연료전지에서 전기가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곳이다.
 
코오롱이 생산한 청정수소는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이 개발하고 있는 수소 저장용 고압 저장탱크, 수소탱크 라이너 등으로 운송·저장된다. 코오롱글로텍은 수소 압력용기에 필요한 드라이 와인딩(대형 수소탱크 성형기술)과 토우프레그(드라이 와인딩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중간재) 기술력을 보유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수소차 하우징 부품 소재와 수소압력용기 소재 개발 기술력을 갖고 있어 수소 운송·저장 분야를 맡을 예정이다.
 
코오롱 수소는 발전사업 원료로도 쓰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전국 사업장에 수소발전설비를 세워 전력을 자체 생산해 제조설비 운영에 활용한다. 이미 상용화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분자전해질막인 PEM을 적용한 PEMFC(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기반 연료전지 발전소가 만들어지면 수소 기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코오롱은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시스템도 전개한다. 수소 생산-운송-저장-발전 등 ‘코오롱 H2 플랫폼’ 사업에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협력 체계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필두로 수소 경제 후방 산업을 지원하는 밑그림이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력 가능 모델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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